밤 산책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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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夜步く, 1973

  작가 - 요코미조 세이시

 

 

 

 

  가끔 한 작가의 소설을 차례대로 읽을 때, 당혹스러운 경우가 있다. 바로 책의 출판연도와 발표 시기가 다른 경우일 때 그렇다. 이 이야기만 해도 1948년도에 잡지에 연재가 되었다고 하는데, 책의 출판연도는 1973년이다. 이런 경우에 출판 연도를 따라야하는지, 아니면 연재된 순서를 따라야하는지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처음 발표된 순서를 따라야 시대상이라든지 주인공 탐정의 변화를 알 수 있으니까, 연재된 순서를 따르기로 했다.

 

  이번 이야기는 ‘팔묘촌 八つ墓村’이나 ‘혼진 살인사건 本陣殺人事件’처럼 다른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도중에 아가사 크리스트와 엘러리 퀸의 소설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책들의 제목을 말하는 건,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나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해야겠다. 아무래도 요코미조 세이시의 초기 작품들은 그 두 작가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리 알려지지 않은 추리소설 작가인 ‘야시로’는 친구이자 후원자인 ‘나오키’의 부탁으로 그의 집을 방문한다. 이 이야기는 야시로가 그곳에서 보고 겪은 것을 적은 것이다.

 

  나오키의 집안은 대대로 후루가미 가를 모시고 있는데, 그 가문에서는 대대로 꼽추가 태어난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집안에서 아름다운 딸 ‘야치로’가 태어났을 때, 그녀는 꼽추의 부인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받았다고 한다. 야시로가 도착했을 때, 마침 그곳에 꼽추 화가로 유명한 ‘하치야’가 야치요의 남편감으로 머물러있었다.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의 신경전이 극에 달했을 때, 목이 잘린 시체가 발견된다. 처음에는 그 시체가 하치야라고 여겨졌지만, 유모의 증언으로 야치요의 꼽추 오빠이자 후루가미 가의 후계자인 ‘모리에’일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리고 후루가미 가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는데…….

 

  특히 피가 섞이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여동생을 향한 욕정과 집착을 감추지 않는 오라비, 꼽추라는 것에 콤플렉스를 느껴서인지 지배적이고 가학적인 성행위를 요구하는 변태적인 약혼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즐기는 것 같으면서 한편으로는 포기한 듯한 소녀의 관계는 어떻게 저런 상황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들게 했다.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어딘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야치로의 어머니인 류 그리고 알콜 중독자이자 나오키의 부친인 센고쿠의 관계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이 아니었다. 불륜과 근친으로 얽혀있는 그들이 빚어내는 감정의 대립과 퇴폐적인 분위기는 글을 전반적으로 우울하고 암울하게 만들었다.

 

  그 때문일까? 가끔 튀어나오는 긴다이치 긴다이치 코스케의 농담도 분위기 전환에는 전혀 도움에 되지 않았다. 어쩌면 ‘나’라는 서술자가 따로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왜 굳이 서술자를 따로 두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후반부에 가서 그 이유가 밝혀진다. 그 부분을 읽자마자 ‘이건 불공평해!’라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 났다. 크리스티 소설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은 더 심했다. 하아, 그 이유를 말하면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하겠다. 말하고 싶어서 입, 아니 손가락이 근질근질하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후루가미 가문이 겉으로는 명망 있고 유서 깊은 집안이라지만, 속으로는 곪을 대로 곪아서 망하기 일보직전으로 보였다. 그래서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문득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평소에 화를 안내다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깨달았다. 그러니까 평소에 자잘한 화를 많이 내야 정신건강이나 대인관계에서도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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