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셜록 (2disc)
폴 맥기건 감독, 루퍼트 그레이브스 외 출연 / KBS 미디어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원제 - Sherlock, 2010

  대본 - 스티븐 모팻, 마크 게티스

  출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틴 프리먼

 

 

 

 

  셜록 홈즈 시리즈를 다 읽은 다음에 곧장 드라마를 다시 봤어야 했는데, 어찌어찌하다가 이제야……. 그래서인가? 드라마를 보면서 ‘어, 이거 책에서 읽은 거 같은데?’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떤 이야기였는지 헷갈렸다. 다시 찾아보는 게 귀찮아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내 기억력이 많이 감퇴한 것도 아니……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하다. 엉엉엉

 

  영국 드라마는 미국 드라마처럼 일 년에 23편정도 방영하지 않고, 짧으면 3편 정도이고 길면 13편정도 방영한다. 그런데 시간은 좀 더 길다. 쉽게 말하면 영국 드라마는 짧고 굵은 스타일이고, 미국 드라마는 가늘고 길게 가는 형식이다. 이 드라마도 3부작이긴 했지만 편당 상영 시간이 무려 한 시간 30분이나 한다. 블록버스터가 아닌 B급 공포 영화 한 편정도 보는 시간과 맞먹는다.

 

 

  1편은 ‘주홍색 연구 A Study in Pink’이다. 홈즈가 나오는 첫 번째 이야기 'A Study in Scarlet'를 모티브로 한 것 같다. 1880년대를 배경으로 했던 소설의 설정을 현대적으로 고스란히 담아왔다. 왓슨이 참전했던 곳은 아프가니스탄으로, 셜록이 왓슨의 가정 상황에 대해 알아차린 시계는 휴대 전화로 바뀌었다. 그리고 셜록은 현대 문명의 이기인 인터넷이나 휴대 전화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아는 설정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원작에서 죽은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나쁜 놈들이었지만, 드라마에서는 그렇게 나오지 않았다. 요즘 대세라는 묻지마 범죄를 보여주기 위함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범인의 동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알아차리지 못했던 걸까? 범인의 정체는 원작을 생각하면 알 수 있었다. 동기는 잘 모르겠지만, 범인의 직업은 짐작 가능했다. 하긴 그걸 그렇게 바꾸는 게 제일 어울릴 것이다.

 

 

  2편은 ‘눈 먼 은행원 The Blinder Banker’인데, ‘춤추는 사람 그림’이 떠올랐다. 거기에 좁은 곳에도 자유롭게 들락날락하는 살인자의 묘사에서는 ‘네 사람의 서명 The Sign of Four’도 생각났는데, 그걸 응용한 제목은 3시즌에 있었다.

 

  소설에서는 종이나 집안 곳곳에 그려진 암호문이었는데, 드라마에서는 벽에 글자와 그림을 기호화한 ‘그라피티 graffiti’로 변환시켰다. 제일 웃겼던 장면은 벽에 그려진 암호문을 발견한 왓슨이 셜록을 불렀을 때 두 사람의 상황이었다. 둘이 돌아왔을 때 그림은 사라져있었고, 셜록은 왓슨의 기억력을 의심하는 말투로 오감을 자극해서 기억해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때, 주머니에서 휴대 전화를 꺼내는 왓슨. 사진을 찍어놓은 것이다. 그걸 본 셜록의 그 표정이란…….

 

 

  3편은 ‘잔혹한 게임 The Great Game’으로 ‘브루스파팅턴 호 설계도’에다가 다른 여러 가지 단편을 엮어놓았다. '쇼스콤 관'도 중간에 약간 인용된다.

 

  셜록의 형인 마이크로프트가 사건의뢰를 하면서 자기는 한국에서 선거가 있어서 시간을 낼 수 없다고 한다. 음, 저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에 한국에서 총선이 있었던가? 마이크로프트가 소설과 달리 꽤나 활동적이고 상당한 음모가로 그려졌다. 원작의 삽화에서는 그냥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었는데, 여기서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교활한 중년이었다. 이번 편에서 두 형제를 비교해보면, 둘 다 머리가 좋아서 서로에게 지기 싫어해서 경쟁을 하는데 어쩐지 동생이 밀리는 느낌이다. 동생이 무엇을 하든지 형은 '나는 다 알고 있다. 나는 관대하다.'라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 같고, 동생은 틱틱대는 분위기? 음, 형인 마이크로프트 역할을 맡은 사람이 대본을 쓴 사람 중의 한 명이니까 다 알고 있긴 할 거다.

 

  원작에서는 왓슨이 홈즈의 활약상을 책으로 내지만, 드라마에서는 블로그에 연재를 한다. 꽤 많은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고 나온다. 거기에 설계도가 USB에 들어있는 것도 상당히 현실성이 있었다.

 

 

  드라마는 처음 봤을 때 무척이나 정신없었다. 예전에 본 셜록 홈즈 드라마도 그 정도로 빠르지 않았다. 그 시리즈는 어떻게 보면 느릿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는데, 이건 완전히 달랐다. 하긴 현대는 빠른 것이 미덕인 시대니까.

 

  각본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9세기에 나온 원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면서 동시에 현대적인 감각도 놓치지 않았다. 그러면서 두 시대의 만남이 어색하지 않았고, 자연스러웠다. 어쩐지 영국에 가면 진짜 베이커가의 하숙집이 있고, 이층을 두드리면 누군가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홈즈가 빨리 말을 할 때는 어쩐지 영국 드라마 '닥터 후'의 닥터가 떠올랐다. 특히 데이비드 테넌트가 연기를 한 닥터가 연상되었다. 대본을 맡은 사람이 똑같아서 그런가?

 

  마지막 장면에서 왓슨과 셜록 둘 다 모리아티의 함정에 빠진다. 하지만 원작을 읽은 사람은 알고 있다. 아직 죽을 때가 아니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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