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전집 9 (양장) - 셜록 홈즈의 사건집 셜록 홈즈 시리즈 9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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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Case-book of Sherlock Holmes, 1927

  작가 - 코난 도일

  삽화 - 시드니 파젯

 

 

 

 

 

  이번엔 진짜 셜록 홈즈의 마지막 이야기집이다. 더 읽고 싶어도, 더 이상 읽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코난 도일 경이 이 책을 내고 3년 후인 1930년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와는 서술 형식이 좀 다르다. 왓슨이 적은 글도 있고, 홈즈가 직접 적은 이야기도 있다.

 

 

  『거물급 의뢰인』은 한 아가씨의 결혼을 막아달라는 신기한 의뢰에 관한 이야기였다. 보통 결혼이라면 홈즈가 거들떠보지도 않겠지만, 이번에 아가씨가 결혼하려는 상대인 그루너 남작이 돈 때문에 전 부인을 살해했고 여러 여자들의 인생을 망친 전적이 있기 때문에 의뢰를 맡는다. 나쁜 남자에게 약한 것이 여자라고 하던가? 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이번 이야기의 여성은 왓슨의 표현을 빌면, 세뇌를 당해서 철저하게 그를 믿고 있었다. 하지만 사건이 풀리는 과정은 음……. 세뇌보다 무서운 것은 외모인가보다.

 

  그루너 남작이 자기가 지금까지 거쳐 간 여자들의 초상화와 간단한 프로필, 특징 등을 적은 노트를 갖고 있다는 부분에서 요즘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는 노트에 초상화와 간단한 글이지만, 지금은 사진 내지는 동영상으로 간직해서 협박용이나 돈벌이 수단으로 써먹고 있다. 흐음, 그 때나 지금이나 나쁜 XX들의 머릿속은 비슷한 모양이다.

 

 

  『탈색된 병사』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뭔지 확실히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큰 병이라 진단을 받으면, 다른 병원에도 가보라는 말이 왜 타당한 지 알 수 있다.

 

  이 이야기는 홈즈가 적은 것인데, 재미있는 문장이 있다. ‘내 친구 왓슨은 새 아내를 맞아 나를 버리고 갔는데, 그것은 우리 두 사람의 협력 관계에서 단 한 번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내 기억에 남아 있다. 나는 혼자였다.’-p.58 어쩐지 무시무시한 원망이 느껴졌다. 노트를 펼쳐놓고 ‘나쁜 사람’이라고 적는 홈즈의 모습이 연상되어서 좀 웃겼다.

 

 

  『마자랭의 다이아몬드』에서는 ‘셜록 홈즈의 귀환 The Return of Sherlock Holmes, 1905’에서 나왔던 홈즈의 모형이 대활약을 보인다. 그리고 홈즈의 썰렁한 실없는 장난이 마무리를 허무하게 장식한다.

 

 

  『세 박공 집』에서는 아름답지만 무정한 여인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녀가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자신의 불장난이 소설화가 되는 것을 두려워했다면, 애초에 왜 불장난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런 걸 두려워했다면 그 많은 남자들을 어떻게 거느렸는지 이해가 안 간다.

 

 

  『서섹스의 흡혈귀』는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하고 있다. 하지만 오해가 생기기 전에 솔직히 대화를 했다면, 그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세 명의 개리뎁』은 ‘빨간 머리 연맹’이 떠올랐다. 그때보다 더 기발하고 사악한 트릭이 등장한다. 그런데 개리뎁이 그렇게 희귀한 성씨였나?

 

 

  『토르 교 사건』은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갈팡질팡,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기 어려운 얘기였다. 하지만 그 남자만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그가 처벌을 받지 않고 끝나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그녀가 모든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기어다니는 남자』는 무분별한 실험은 자신을 망치는 길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여기서 제일 인상적인 것은 홈즈가 왓슨에게 보낸 메시지였다. ‘괜찮다면 곧 오게나. 아니 괜찮지 않아도 오게나.’ 와, 이 패기! 남자다움! 역시 상남자!

 

 

  『사자의 갈기』는 은퇴하고 양봉을 하는 홈즈가 겪은 사건이다.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삼각관계. 그런데 그 중 한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결말 부분에서 홈즈가 무척이나 겸손하게 반성한다. 그가 반성하는 말을 하다니……. 나이가 들어서일까?

 

 

  『베일 쓴 하숙인』은 왜 남의 비극적인 과거사를 그렇게 밝혀내려고 하는 건지, 라는 속상한 기분이 들었다.

 

 

  『쇼스콤 관』은 참, 뭐라고 해야 할까? 한 편의 희극이라고 하면 어울릴까? 역시 거의 모든 사건의 배후에는 사랑과 돈이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특히 이번 이야기에서는 돈이다. 도박은 좋지 않다.

 

 

  『은퇴한 물감 제조업자』는 어쩐지 실제 있었던 범죄자가 떠올랐다. 자기 집에 온갖 장치를 해두고 사람들을 유인해 죽였는데,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범죄자의 수법과 비슷한 사건이었다. 하여간 홈즈에게 도전장을 내밀면 그냥 X되는 거다.

 

 

  이것으로 셜록 홈즈의 이야기는 다 끝이 났다. 그의 사건들은 장편보다 단편이 더 재미있었다. 코난 도일 경이 홈즈를 죽였다가 되살려낸 것이 어떻게 보면 신의 한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가 홈즈를 죽인 기간 동안 비축분을 많이 모아두지 않은 게 아쉽기만 하다. 그랬다면 더 많은 사건들을 읽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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