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 2
강형규 지음 / 네오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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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강형규

  그림 - 강형규

 

 

 

 

  장차식을 만나 금을 팔아보려고 했지만, 거기까지 알아낸 세실리아 흥업 소속 사람들에게 쫓기는 쓸개와 재희. 그들은 경찰까지 동원해서 두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 세실리아 흥업의 사장이 등장하여 자신이 쓸개의 아버지라고 말하며, 그 금이 자기 것이라고 말한다. 쓸개는 그에 맞서기 위해 모든 일이 시작된 중국으로 향하는데…….

 

  이번 2권은 조금 정신이 없다. 쓸개를 쫓는 거대 집단의 우두머리이자 쓸개의 생부라 자처하는 길학수의 과거와 현재 쓸개가 처한 상황이 번갈아 설명되어, 자칫 한눈을 팔았다가는 헷갈릴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이 책이 만화라서 현재는 컬러로, 과거는 흑백(이라지만 100% 흑백은 아니다)으로 나온다. 길학수의 과거를 통해 금의 출처와 쓸개의 엄마가 왜 혼자서 금을 갖고 한국으로 왔는지 밝혀진다. 그리고 그가 왜 그리도 그 금에 집착하는지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길학수가 아주 우연히 창고에서 제련되길 기다리는 금덩이를 봤을 때의 표정이었다. 아직 제련이 되지 않아서 시커먼 돌 사이에서 누런빛을 발하고 있는, 뭉텅이로 쌓여있는 금덩이를 바라보고 있을 때의 그는 멍하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얼굴에 일렁이는 금의 노란빛이 마치 그를 현혹시키는 것 같았다. 그 전까지는 나름 성실하게 돈을 벌려고 노력하던 청년이었지만, 이후 그는 완전히 변했다. 돈에 욕심을 내고 집착하고 탐욕에 찌든 얼굴이 되어갔다. 사람이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돈이 사람을 현혹시켰다. 흔히 말하는 돈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어쩌면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돈을 택하는 대신 그는 사람을 잃어버렸다. 여인도, 아이도, 지인도, 친구도 모두 다. 더 비극적인 것은 자기 자신마저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자기 말을 듣지 않거나 명령을 완수하지 못한 부하는 알루미늄 배트로 무지막지하게 패는 그의 얼굴에서는 성실하고 착하던 청년의 모습이 남아있지 않았다.

 

  돈은 사람이 만들었다. 하지만 사람은 자기를 제외한 다른 사람보다 돈을 더 우위에 놓는 경우가 있다. 어쩌면 길학수는 그런 사람을 대표하는 인물인 것 같다. 그런 그가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굽실거리는 장면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그는 돈을 이용해 권력을 갖고 싶은 건 아닐까?

 

  속세에 찌든 길학수와 아직 세상의 비참함을 모르는 쓸개를 대비시켜 물질화된 사회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았다. 세상의 추악함에 대해 알게 된 쓸개가 어떻게 변할지 보는 것이 어쩐지 두렵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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