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Abba - Live At Wembley Arena [2CD 주얼케이스]
아바 (Abba)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가수 - ABBA

 

 

 

 

  언젠가도 얘기했던 것 같지만, 나와 남동생이 초등학생일 때 오빠는 이미 고등학생이었다. 그래서 언제나 오빠의 방은 동생과 나에게는 신기한 것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오빠가 듣는 노래를 따라 듣는다거나, 책을 따라 읽으면 마치 우리도 고등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그런 동생들이 무척 귀찮았을 것이다. 그래도 화내지 않고, 잘 놀아줬었다. 음, 그 영향으로 우리가 오빠네 아이들을 무척이나 귀여워하고 잘 데리고 놀아줬나보다. 은혜를 갚은 까치가 아닌 동생들…….

 

  하여간 그 당시 기억에 남는 것은, 오빠 방에서 흘러나오는 외국 노래들이었다. 그 때는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카세트테이프 겉에 쓰여 있는 이름을 봐도 누군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노래는 기억에 남아서, '또 그 테이프에 있는 노래 듣는구나.'라고 알 정도가 되었다. 나중에야 영어를 배우면서 이름을 읽을 수 있었는데, 오빠가 제일 많이 듣는 가수는 '퀸 Queen'과 '아바 ABBA'였다. 사실 퀸은 여왕인데 왜 테이프 표지에는 시커먼 남자들만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고, 아바는 'ABBA'를 뭐라고 읽어야 할지 난감했다. 아빠인가? 이름도 이상하네. 그런데 왜 여자 남자 각 두 명씩이야? 하지만 귀에 익숙해서인지, 자연스레 나와 동생도 퀸과 아바의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좀 더 나이가 들면서, 오빠 생일날 퀸이나 아바의 앨범이 새로 나오면 선물로 하기도 했다. 이미 해체한 그룹인데, 왜 새 앨범이 나올 수 있는지는 미스터리지만 말이다.

 

  이 앨범은 1979년 런던 Wembley Arena 라이브 공연 실황을 담은 것이다. 저 공연장은 꽤 유명한 곳인가 보다. 전에 퀸도 저기서 공연한 앨범을 냈던 걸로 기억한다.

 

  이 그룹의 노래를 들어본 사람들이라면, 'I Have A Dream'이라든지 'Waterloo' 같이 귀에 익숙한 곡들이 주르르 담겨있다. 무려 25곡이나! 공연 실황이라서 그런지, 지금까지 들었던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노래들과 분위기나 호흡이 조금 달랐다. 맑고 청아하다는 말과 딱 어울리는 두 여자 보컬의 목소리가 어떤 곡에서는 다소 흔들리기도 하고 숨이 찬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도리어 ‘아, 역시 그 두 명도 사람이었어!’라는 쓸데없는 안도감을 주었다. 그리고 무척이나 희귀한 두 남자 멤버의 노래도 들을 수 있었다. 중간에 나오는 연주곡도 흥겹고 괜찮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Mamma Mia'와 'Honey, Honey'는 수록되지 않았다. 왜 공연에서 부르지 않은 거죠! 'Waterloo'도 좋지만, 난 그 두 노래도 듣고 싶다고요!

 

 

 

 

  음, 이 자리를 빌어서 오빠한테 고백할 게 있다. 오빠, 미안. 그 때 오빠가 아주 많이 아끼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사운드트랙 테이프를 망가뜨린 건 나였어. 난 그냥 테이프가 줄줄 늘어나면 어디까지 길어지나 궁금했을 뿐이었어. 그리고 그게 그렇게 쉽게 엉킬 줄 몰랐다고.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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