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9
박현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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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박현숙

 

 

 

 

  중 3인 ‘태산’이는 늦둥이다. 나이 차가 난다는 누나는 예전에 죽었는지 얼굴도 모르고, 엄마는 그가 아홉 살 때 돌아가셨다. 그래서 태산이는 칠십이 넘은, 쌀집을 하시는 아빠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아빠는 쌀 포대를 번쩍 들 정도로 건강하시다. 그런데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태산에게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 일어난다. 아버지가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신 것이다. 가까운 친척 하나 없는 그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은 담임선생과 떡집 아저씨 부부 그리고 같은 반 ‘기형이’였다.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미성년자에게 약간의 재산이 있다면, 당연히 그것을 노리는 사람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태산의 앞에 엄마와 사촌이라는 ‘오촌 아저씨’가 등장한다. 그 사람은 자기가 태산을 돌봐주겠다며, 쌀집을 노린다. 그리고 그동안 태산을 돌봐주던 떡집 아저씨를 파렴치한으로 몰아가며, 은근슬쩍 가게의 주도권을 쥐려고 한다.

 

  아빠를 그리워하던 태산은 우연히 아빠가 남긴 사진을 보게 된다. 해리 미용실이라는 곳이 찍힌 사진인데, 그 뒷면에 그곳을 꼭 찾아가라는 메모까지 쓰여 있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전화번호만 가지고 태산은 무작정 부산으로 내려간다. 그곳에는 말이 없는 40대 남자가 주인으로 있었다. 아빠는 왜 그곳을 찾아가라고 했을까?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같은 학교 또래 여자애들에게 관심을 가질 열여섯 살, 하지만 혼자가 되어버린 소년의 이야기이다. 거기에 돈을 노린 게 분명한 친척 아저씨가 등장하면서 가깝게 지내던 이웃과 멀어지게 되자, 이 세상에 자기 혼자만 남은 것처럼 느껴지고, 아빠가 남긴 사진 속의 장소를 찾아갔지만 아는 바가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아직 어리기만 한 소년의 머릿속은 복잡해서 터질 것만 같다. 돈 같은 거 다 필요 없어! 아빠가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것은 이루어질 리 없는 소원이다. 그렇다고 아빠를 따라 죽을 수도 없다. 소년은 외롭고 쓸쓸하기만 하다.

 

  이야기를 처음 읽을 때는, ‘먼 친척보다는 가까운 이웃이 더 낫다’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대놓고 돈을 노리는 게 보이는 오촌 아저씨와 반대로 따뜻하게 태산을 돌봐주려는 떡집 아저씨 부부의 태도가 확연히 차이가 났으니까 말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저렇게 친절한 이웃이 있을까 의심도 들었지만, 나쁜 친척과 대비시키기 위해 그렇게 설정했으리라 추측했다.

 

  그런데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바로 해리 미용실 사장의 등장이었다. 미용실에 있는 사진과 태산의 집에 있는 사진을 접하면서,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아니겠지’라는 마음과 ‘그게 진짜면 태산이 덜 외로워하겠다.’는 안도감이 복잡하게 얽혔다. 그러다가 담임선생이 주최한 모임의 초대 손님으로 온 변호사의 친구 이야기가 나오면서, 태산과 미용실 사장과의 관계가 거의 확실해졌다. 왜 아빠가 그를 찾아가라고 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다.

 

  처음에는 ‘가깝지 않은 친척보다는 가까운 이웃사촌이 낫다’는 뉘앙스를 풍기다가,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출생의 비밀이나 결국은 핏줄이라는 결론보다는, 피가 섞이지 않아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결론으로 가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본문 중에 담임이 방황하는 태산에게 이런 말을 해준다. “지금 보이는 네가 전부가 아니다. 나는 네가 너에게 주어진 양파 껍질을 하나씩, 하나씩 벗겨내며 성장하길 바란다.” 그러면 그동안 태산이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려야 할까? 눈물을 닦느라 주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테고, 양파는 이제 그만이라고 소리치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무척이나 괴롭고 힘든 일이 분명하다. 그 모든 것을 이겨내면서 성장해야하니 말이다. 하지만 양파를 다 벗겨내고 손을 씻을 때, 달콤하고 상쾌한 비누 향을 맡는 것은 기분 좋은 경험일 것이다. 태산이가 빨리 비누를 만지는 날이 오길 빌어본다.

 

  이건 쓸데없는 덧붙임이지만, 문득 태산이가 주민등록 등본을 봤다면 이 모든 갈등이 더 빨리 해결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도 그 나이 때는 아무것도 몰랐던 것 같다. 그러니까 요즘 아이들에게 실생활에 필요한 것은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그렇게 설정한 걸까?

 

  덧붙임 두 번째. 태산이의 친구인 기형이, 생각할수록 괜찮은 아이 같다. 태산이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그 애와 계속 연락하고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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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4-12-12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어떻게 생각하면 뻔한 이야기 같지만 박진감넘치네요

바다별 2014-12-12 19:19   좋아요 0 | URL
네 출생의 비밀과 유산다툼이 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