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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는 생물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원제 -
女という生きもの, 2014
저자 - 마스다 미리
마스다 미리의 작품을 몇 번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느끼는 건 ‘이 작가, 유심히 관찰하고 많은 생각을 하는구나.’였다. 자신과
주변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보고 듣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이렇게까지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가 없을 것이다. 또한 문장과 단어를 조심스럽게 다듬지
않는 이상, 짧은 몇 줄로 하고 싶은 말을 확실히 표현하기도 어려울 테고 말이다. 이 작가의 작품은, 만화는 단순한 그림체였지만 세심한 묘사로
인물의 심리를 잘 표현했고, 에세이는 에세이대로 단순만 문장 하나가 마음에 와 닿았다.
이 책은 내가 두 번째로 읽는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집이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생물이라니……. 인간도 아니고 동물도 아니다. 생물이다.
첫 장을 넘기자마자 빵 터졌다. ‘여자에게 우정은 있는가?’라는 질문 옆에 간단한 대답이 그려져
있다. ‘바보냐, 당연히 있지.’ 수박 먹던 손을 놓지 않은 걸 보니, 별 시답잖은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책은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궁금해 했고, 성장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여자라는 자신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어린 시절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 걸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학창시절 포르노 비디오를 보았던 추억과 거기에 얽힌 이런저런 소녀들의 이야기, 만약 결혼해서 아이가 있다면
어땠을까하는 상상, 미혼자에 대한 주변의 반응과 그에 대한 자신의 주장,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겪었던 경험과 그에 대한 짧은 생각, 그리고
지금 만나는 여러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 감정이나 현재의 자신에 대한 생각 등등을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저자는 과거에서부터 현재의 자신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미래의 자신에 대한 부분도 나오긴 하지만, 그리 많지는 않았다. 초반에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이 들어있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현재에 대한 이야기였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의 자신이 존재하기에,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어린 시절이나 사회 초년병으로 일할 때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머 어머, 나도 비슷한 생각했는데!’라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녀가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이 활자화된 것을 보면서는 뭔가 울컥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부분에서 그녀는 이렇게 느꼈구나, 이렇게
받아들였구나, 나라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같은 이런저런 생각들이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났다.
한참동안 그런 망상과 상상과 공상을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난 내 매일의 일상에서 뭔가 눈여겨보고 관찰하고 그것에 대해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가?
스치듯이 지나가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되새겨보고 느껴본 적이 있던가? 하다못해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를 연결시켜 본 적은 있었나? 있었다면,
마지막으로 한 것은 언제였을까?
그리고 깨달았다. 이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글을 읽으면서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