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he Den , 2013

  감독 - 재커리 도노휴

  출연 - 멜라니 파파리아, 데이빗 스츨라츠텐하우픈, 아담 샤피로, 안나 마가렛 홀리먼

 

 

 

 

 

  엘리자베스는 랜덤 화상 채팅을 통해 인간의 행동이나 심리를 주제로 연구를 하고 있다. 24시간 내내 웹캠을 켜놓고 사람들과 대화한 내용을 녹화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녀 주위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웹캠이 저절로 작동하여 남자친구와 관계하는 장면이 녹화되질 않나, 심지어 한 소녀가 살해당하는 장면이 웹캠으로 전송된다. 그리고 그녀의 남자친구를 비롯해 친구들이 하나둘 실종되고 급기야 임신한 언니가 괴한의 습격을 받는 장면까지 실시간 중계가 된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영화의 상영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결말은 충격적이었다. 영화 '호스텔 Hostel , 2005'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놀라움과 비슷했다. 아니, 더 컸다. 호스텔을 봤을 때는 애초에 외국에 배낭여행을 갈 계획도 생각도 없기에, 나에게 저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안도감이 컸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달랐다.

 

  이건 웹캠이다. 거의 모든 집 컴퓨터 모니터 위에 달려있는 자그마한 웹캠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었다. 그것을 통해 컴퓨터를 해킹하고, 해킹한 사람의 지인을 메신저로 불러내서 유인하고, 습격하고, 납치까지 한다.

 

  영화적 소재라고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에 웹캠을 통한 해킹이 뉴스를 통해 나온 적이 있다. 주로 여자들의 사생활을 웹캠을 통해 몰래 훔쳐본다는 내용이었다. 지금까지는 훔쳐보기 수준이었지만, 조금만 더 진화하면 영화에서와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 유출도 모자라서, 이제는 조금만 방심하면 지인은 물론이거니와 본인의 생명까지 위협당할 수준이다. 집 주소와 과거 행적 같은 신상은 기본적으로 털리고, 합성의 달인들이 온갖 이상한 합성을 다해서 포털 사이트에 올리고, 그걸 본 기자들이 신난다고 기사화하면서 사회적 매장을 당하고, 웹캠으로 사생활이 동영상으로 유포되고, 은행 계좌도 털리고 그러다가 결국 마지막으로 영화에서처럼…….

 

  아,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우울하다. 인간관계라는 게 어렵고 골치 아파서, 온라인으로만 사람들을 만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 영화의 설정은 충분히 지옥 그 자체였다. 그리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었다. 하아, 사람이 마음을 악하게 먹으면 가능하다. 아, 그런데 그런 짓을 하는 건 인간이나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렇다고 개XX라고 하자니 개에게 미안하고, 뭐라고 해야 할까?

 

  영화는 영화로 끝내야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과학 기술의 발달이 사악한 심성과 만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였다.

 

  그런데 영화의 거의 모든 진행이 엘리자베스가 찍고 있는 웹캠으로 진행이 되기에, 산만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게다가 나 역시 모니터를 통해 이 모든 상황을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보는 사람을 본격 공범으로 만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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