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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 정규 8집 신발장 [2CD] - 가사집(100p) + 아트북
에픽하이 (Epik High) 노래 / YG 엔터테인먼트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가수 - 에픽
하이
어머니가 즐겨보시는 프로그램이 있다. 일요일 오후에 하는 것인데, 본방사수를 하는 것도 모자라서 일주일 내내 재방송까지 챙겨보신다. 바로 모
방송국에서 하는, 아빠가 48시간동안 자기 아이를 돌보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오며가며 내지는 밥 먹을 때 자연스럽게 조금 보게 되었다.
뜬금없이 왜 앨범 리뷰에서 텔레비전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냐면, 저 방송에서 무척이나 어리바리하게 나오는 아빠가 있다. 딸의 한마디 행동 하나에
쩔쩔매고, 어딘지 모르게 의기소침해 보였다.
그 아빠의 이름은 타블로, 지금 리뷰를 쓰는 앨범 ‘신발장’을 낸 그룹 ‘에픽 하이’의 멤버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방송에서 보였던 딸에게 쩔쩔매는 아빠와는 전혀 다른 인상을 주고 있다. 어떨 때는 너무도 애잔하고
슬픈 감성을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딸에게는 절대로 못 들려주겠군.’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침없이 얘기한다. 하긴 ‘에미넴
Eminem’도 자기 딸에게는 더없이 다정하다니까…….
이 앨범의 노래들은 거의 극에서 극을 달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조울증에 걸린 앨범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몇몇 노래에서는 우수에 찬
목소리로 애절한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또 다른 노래에서는 갑자기 배짱을 튕기면서 다른 어조로 세상에 반항한다.
어쩌면 알아서 골라들으라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밤에는 멀어져가는 사랑에 대한 노래, 예를 들면 ‘헤픈 엔딩’이나 ‘스포일러’를, 낮에는
‘AMOR FATI’나 ‘부르즈 할리파’처럼 세상에 외치는 노래를 말이다.
피처링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가수들의 참여가 꽤 있다. 그 가수의 개성이나 음색이 곡의 분위기에 잘 어울려서 듣기에 좋았다. 하긴 그러니까
피처링을 맡긴 거겠지.
처음에는 제목도 보지 않고 노래만 들었는데, 갑자기 익숙한 멜로디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태양’의 노래 ‘눈코입’을 영어 가사로 바꿔서 부르는
것이었다. ‘악동 뮤지션’도 전에 불렀었다. 내 생각으로는 아마 ‘눈코입’의 멜로디가 좋아서 여러 가수들이 부르는 모양이다.
간혹 앨범을 구입하면 한두 곡만 괜찮고 나머지는 영 아닌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 에픽 하이의 앨범은 한두 곡만 별로고 나머지는 다
괜찮았다.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도 별로 욕먹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