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김석정

  출연-백서빈, 김승환, 하은설, 김경룡

 

 

 

 

 


  "왜 너는 나를 만나서~"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예전에 아주 인기였던 드라마 주제곡이었다. 점 하나를 찍고 나왔다고 사람을 못 알아보는, 안면실인증(prosopagnosia)에 걸린 사람들이 떼를 지어 나오는 드라마였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저 노래가 떠올랐다. 왜 나는 이 영화를 골랐을까? 왜 너(이 영화)는 내 눈에 띄었을까? 내 아까운 예스 머니……. 하지만 최근 고른 영화들 중에 마음에 드는 건 별로 없었으니까, 그냥 내가 안목이 없다고 보면 될까? 아니면 김밥 한 줄에 라면 하나 먹는 값보다 싼 가격이니, 좋은 경험했다고 할까? 그럼 영화를 보느라 보낸 내 시간은……. 리뷰 쓴다고 다시 보느라 보낸 시간은……. 하아…….

 


  문제 학생들만 모아 교육하는 섬이 있다. 말이 좋아서 교육이지, 선생과 학생들은 서로 으르렁대면서 모욕을 주고, 선생은 자기들의 신분적 지위를 이용해 학생들을 때리고 강압적으로 대한다. 그 와중에 선생들은 교장에게 잘 보이려고 아부하느라 바쁘고,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힘겨루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어느 날, 돼지에게 물린 교장을 시작으로 선생들이 하나둘씩 좀비로 변한다. 선생들의 습격에 학생들은 살아남기 위해 반격을 시도하는데…….

 


  섬은 이 사회의 축소판 같은 곳이었다. 최고 권력자인 교장에게 잘 보이려고, 선생들은 교장 고양이의 장례까지 치러준다. 마치 자기네 조상님이라도 돌아가신 것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정승 집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많다는 말이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그 때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은 너무 장엄해서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배경이 좋은 학생 앞에서는 빌빌거리고, 그 외의 학생에게는 인신공격은 물론이거니와 폭력을 일삼는 선생들의 모습 역시, 강자 앞에서는 비굴해지고 약자 앞에서는 강해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학교 식당에서 돈이 없는 학생들은 채소로만 이루어진 식사를 해야 한다. 학생 식당에서조차 자본의 논리가 좌우하고 있었다.

 


  사회 비판적인 영화라면, 꽤 괜찮은 설정과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섬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풍자적으로 비틀어 보여주는 점에서, 영화의 초반부는 꽤 흥미진진하게 잘 만들어졌다. 돼지에 물린 선생들이 학생을 습격하는 것까지도 그럭저럭 보았다. 자기들이 만들어놓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멸하는 세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면, 괜찮았다.

 


  하지만 영화는 전반적으로 이상했다. 심령물도 아니고 좀비 영화도 아니고 사회 풍자 영화도 아니고 블랙 코미디 영화도 아니고……. 마치 이것저것 재미있을 것 같은 요소들만 모아놓은 느낌이었다. 문제는 그 설정들의 조화가 하나도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후반부에 갑자기 신파조로 흐르는 분위기는 진짜……. 왜 한국 영화는 막판에 눈물을 자아내거나 큰 감동을 주려고 애쓰는지 모르겠다. 그런 것도 제대로 하면 감동 먹고 눈물을 닦아내겠지만, 이건 뭐 손발이 오글거리다 못해 짜증이 날 정도였다. 이럴 거면 차라리 감동을 주겠다는 생각을 버려! 그건 감동이 아니라 오글거림이고 짜증이야! 감정 과잉이고, 그게 먹힐 것이라 생각한 각본가와 감독 두 사람만의 착각이라고!

 


  "우리 인생을 망쳐버린 것이 바로 너희들 학교야!"

 


  이 대사가 왜 나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저기요,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똑바로 합시다? 너님들 인생을 망친 것은 너님들 자신이에요. 아니면 너님들이 그렇게 자라도록 방치한 부모님 탓도 있고요. 선생에게 대놓고 가운데 손가락 욕을 날리라고 학교에서 가르쳤나요? 술 마시고 담배 피라고 학교에서 부추겼나요? 아니잖아요? 너님이 좋아서 술 마시고 담배 피고 싸움하고 돌아다녔으면서, 왜 학교 탓을 하나요?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Cranberris'의 노래 'Zombie'는 으아!

 


  왜 부끄러움은 보는 사람의 몫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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