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呪怨 -終わりの始まり- 2014

  감독 - 오치아이 마사유키

  출연 - 사사키 노조미, 아오야기 쇼, 트린들 레이나, 카나자와 미호

 

 

 

 

  지금까지 본 영화 중 뭐가 제일 무서웠냐는 질문을 받으면, 난 머뭇거리지 않고 ‘주온 Ju-on: The Grudge , 2002’이라고 대답했다. 거의 10년 전에 그 영화가 주었던 충격은, 지금도 생각하면 으스스하기만 하다. 대낮에 혼자 봤지만, 다른 방에 식구들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게 만들었다. 엘리베이터 탈 때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창이 있으면 멀찍이 떨어져 자리를 잡았고, 자기 전에 이불을 덮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게 만들었다. 안 덮고 자려니 추울 것 같았고, 덮고 자려니 영화에서처럼 이불 속에서 가야코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이다. ‘사다코’가 나오는 ‘링 시리즈 The Ring,リング, 1998’와 더불어 ‘토시오’가 나오는 ‘주온 시리즈’는 사골을 너무 우려먹어서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2편까지는 그래도 재미있게 보았지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비슷한 패턴이 계속되어 더 이상 충격을 주지 못했다.

 

  어떤 작품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할 정도였다. 뭐였더라……. 아! 미국판 그루지 시리즈. 하긴 그 영화 어떻게 보면 무섭긴 했다. 중학생 나이 정도의 남자애가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는 건, 어떻게 생각하면 공포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공포심보다 더 많은 웃음을 주었다. 그 애가 토시오라고 나올 때마다 ‘저 변태XX’라고 낄낄대면서 봤으니까.

 

  이번 영화는 부제 ‘끝의 시작’처럼, 가야코와 토시오가 어떻게 저주를 내리게 되었는지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전혀 새롭지 않다. 이미 전에 나온 시리즈에서 자세히 설명해줬으니 말이다. 거기에 토시오가 등장하는 장면은 더 이상 공포가 아니었다. 가야코가 계단을 기어 내려오는 장면은 그리 혐오스럽지도 않았다. 생각해보니 피를 덜 뒤집어쓰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달라진 부분도 있긴 하다. 우선 토시오 담임선생이 남자에서 여자로 바뀌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시리즈에서는 남편이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이번 편에서는 그리 비중이 많지 않았다. 똑같이 의처증으로 부인을 죽이긴 했지만, 지난 시리즈에서는 그냥 미친놈이었고 이번 편에서는 뭐랄까. 아이만 끼고 도는 부인의 행동에서 혹시 다른 남자의 아이가 아닐까 의심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흉가로 소문난 토시오네 집을 탐방했던 여고생 중 한 명이 죽는 장면에서 영화 ‘Mirrors , 2008’가 떠올랐다.

 

  이번 영화 속에서의 시간은 어딘지 모르게 어긋나고 있어서, 좀 헷갈렸다. 애인님과 보고나서 여러 가지 가설을 얘기해봤는데, 뭐하나 확실한 건 없었다. 과연 어느 토시오가 지금까지의 토시오인지, 그 토시오가 우리가 아는 토시오가 맞는지, 저주를 이어받았기에 이름도 이어받았는지…….

 

  갑자기 떠오른 생각. ‘토시오, (저주를) 계승하는 자!’ 오, 어쩐지 멋져 보인다. 만화영화 ‘라이언 킹 The Lion King , 1994’같은 분위기다. 괄호를 빼고 읽으면 무슨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 같다. 하지만 괄호까지 같이 읽으면……. 그래도 판타지 소설 주인공같다. 단지 어둠의 마족 같은 분위기가 나서 그렇지.

 

  바라건대, 주온 시리즈는 더 이상 재탕에 반복은 안 했으면 좋겠다. 재탕을 하더라도 이번처럼 전작과 70% 비슷한 이야기 전개와 화면 구도로 우려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제일 무서워했던 추억의 영화와 귀여워했던 주인공이 이런 식으로 몰락하는 걸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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