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筆仙,
Bunshinsaba, 2012
부제 - 저주의 시작
감독 - 안병기
출연 - 매정, 곽경비, 주강적, 고흔우
공포 소설가 샤오아이는 요즘 슬럼프에 빠진 상태이다. 출판사에서는 그녀의 작품을 퇴짜 놓고, 설상가상으로 그녀와 아들 샤오신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남편이 석방되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결국 그녀는 친구인 이난의 도움으로 한적한 별장으로 아들과 피신을 한다. 물론 조용한 곳에서 글을 쓸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컴퓨터 화면에는 그녀가 쓰지 않은 글들이 빼곡히 적혀있고, 거기에 적힌 대로 사건사고가
연달아 일어난다. 심지어 샤오신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샤오아이는 그곳에 살던 소녀의 원혼이 아들을 납치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뇌에서 뭔가가 목을 통해서 말로 튀어나와야 하는데, 혀끝에 도달도 못하고 목구멍 속으로 사라진 아쉬운 느낌.
영화를 보면서 계속해서 그런 감정이 들었다. 무슨 말이냐면, ‘이런 설정 어디선가 본 거 같은데…….’ 라든지 ‘이 장면 어쩐지 낯이 익어.
어디서 봤지?’와 같은 생각이 들면서 어떤 영화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영화의 전반부에서 슬럼프에 빠진 작가가 외딴 집으로 집필 활동을 하기 위해 아이를 데리고 온다는 설정은 여기저기서 보았고, 그 아이가 인형을
갖고 오면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도 흔하고, 자신이 쓰지 않은 글이 적혀있다거나 그 내용대로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 역시 다른 곳에서도 종종
보았다.
예를 들면, 작가가 외딴 곳으로 글을 쓰러 오는 건, 영화 ‘샤이닝 The Shining, 1980’이나 ‘베스트셀러, 2010’를 들 수
있다. 태우거나 버려도 돌아오는 인형은 뭐, ‘기묘한 이야기 世にも奇妙な物語’같은 일본 공포 드라마나 온갖 종류의 괴담집만 봐도 한두 편은 꼭
들어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글대로 사건이 일어나는 건 영화 ‘레이븐 The Raven,2012’과 소설 ‘다크 하프 The Dark Half,
1989’가 떠오른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보는 순간 영화 ‘아미티빌 호러 The Amityville Horror,2005’가 떠올랐다.
하지만 날 괴롭힌 것은 후반의 내용이 어디선가 본 거 같은데, 어디서 봤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렇다고 자세히 쓰자니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 것 같고……. 아, 진짜 영화를 보는 내내 갑갑하고 궁금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감상문을 쓰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영화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먼저 보았던 1편보다는 괜찮았다. 과거 회상과 현재가 너무 왔다 갔다 했지만, 색감을 달리 해서 구별이 가능했다.
과거는 거의 차가운 푸른빛 계열이었고, 현재는 다소 어둡긴 했지만 다양한 색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후반부의 반전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그게 너무 뜬금없지도 않고, 사람들의 성격도 그럴 법했다. ‘이 인간은 왜 이 모양일까’하는 의문이 드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교통사고 후 샤오아이만 집으로 돌아왔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걸까? 그녀가 그 모든 것을 할 때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던 걸까? 그렇다면 그들은 죽은 걸까? 아니면 병원에 실려가 치료받느라 따라오질 못 한 거? 두 남자의 행방에 대해서는 이후
아무런 말이 없어서, 궁금할 따름이다. 다른 남자 없이, 아들만 있으면 잘 살 수 있다는 건지…….
그리고 포스터에도 그려져 있고 제목에도 버젓이 적혀있는 분신사바하는 장면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나오지 않았다. 뭐지 이건? 그렇게 되면 제목과
내용에 연관이 전혀 없잖아?
그나저나 후반부 설정은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안 나서, 아직도 답답하다. 뭐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