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7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황해선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7월
평점 :
품절


  원제 - The Adventure of the Christmas Pudding and a Selection of Entrees, 1960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원래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6개의 단편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책에 중복되어 수록된 두 개는 빼버렸다고 한다.

 

  특이하게 이 작품에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머리말이 첫 장을 장식하고 있다. 그녀는 이 책을 크리스마스 요리책으로 생각했고, 각각의 단편들을 요리로 상상했다. 주된 요리로는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과 '스페인 궤짝의 비밀', 앙트레로는 '꿈'과 '그린쇼의 아방궁'을 넣었다. 소르베(셔벗)에 해당하는 작품은 아쉽게도 들어있지 않다.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은 어느 미개국의 왕위 계승자가 도난당한 보석을 되찾아달라고 포와로에게 의뢰하면서 시작한다. 보석을 가져간 여자가 영국 어느 교외에 있는 저택에 머물 것이라는 첩보에, 포와로는 그곳으로 향한다. 그런데 그에게 푸딩을 먹지 말라는 경고의 쪽지가 날아온다.

 

  거의 3분의 1 이상이 영국의 크리스마스 음식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인터넷에서는 영국 요리가 맛이 없고 형편없다는 글들이 가끔 올라오는데, 이 책을 보면 그렇지만도 아닌 것 같다. 범인을 찾아내는 것보다, 요리를 상상하면서 읽는 재미가 가득한 책이었다. 다만 밤에 배고플 때 읽으면 곤란하다.

 

 

  『스페인 궤짝의 비밀』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여인이 등장한다. 너무도 아름다워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추종자들을 거느리게 된 여인. 하지만 그녀는 그런 남자들의 시선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녀에게 남자들의 구애는 산소처럼 당연한 것이었다. 그 때문에 비극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문득 예전에 읽은 엘러리 퀸의 단편과 동기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범행 수법은 확연히 다르지만,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면서 노린 것이 비슷했다.

 

 

  『꿈』은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야기였다. 감히 포와로를 이용해서 완전 범죄를 성립시키려고 하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범죄자였다. 포와로를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그런 짓을 하겠다는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멍청한 범인 같으니라고. 늙었다고 추리력까지 감퇴된 것은 아닌데. 사람을 겉으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새삼 깨달았던 단편이었다.

 

 

  『그린쇼의 아방궁』은 얼마 전에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드라마로 보았었다. 물론 단편을 1시간 30분이 넘는 드라마로 만들었기에, 책과는 많이 달랐다. 기본 설정을 많이 바꾸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잘한 다른 소재들이 여러 개 들어가 있었다. 미스 마플의 조카이자 작가인 레이먼드 웨스트가 등장한다. 다른 단편집인 '화요일 클럽의 살인'에서처럼 그는 범인에게 이용당할 뻔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현명한 아주머니인 미스 마플 덕분에 위기를 넘긴다.

 

  나도 조카들에게 미스 마플처럼은 아니어도, 0.0001%라도 닮은 현명한 고모가 되어야 할 텐데…….

 

  조카인 레이먼드가 살인 사건에 대해 가볍게 얘기하자, 미스 마플이 꾸짖는 장면이 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이 모든 게 다 전쟁 탓이야. 장례식도 하나의 농담거리에 지나지 않으니."-p.191

 

  흐음, 그래서 한국도 타인의 죽음이나 희생에 무덤덤한 걸까? 자기가 관련되지 않으면 관심도 주지 않고, 자신의 기준으로 남의 슬픔의 깊이를 마음대로 재단하는 걸까? 하지만 누군가의 슬픔의 깊이는 그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인데?

 

  어쩐지 마음이 아픈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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