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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이디 Q.E.D 20 - 증명종료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원제 -
Q.E.D.證明終了
작가 - 카토우 모토히로 (加藤元浩)
『무한의 달』은 토마가 MIT에 다닐 때 알던 친구가 등장한다. 토마를 로맨티스트라 부르고, 자신은 현실주의자라고 칭했던 후우. 그런데 그가
홍콩 마피아들과 함께 일하고 있었고, 어떤 사건에 휘말렸다는 게 알려지면서 홍콩 경찰이 토마를 찾아온다. 하지만 후우는 이미 심장 질환으로 죽은
뒤였다. 도대체 죽은 후우와 홍콩 마피아 보스들의 죽음 사이에는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아, 결말은 조금 가슴이 아팠다. 결국 현실주의자라는 그도 어떻게 보면 이상주의자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기에 자신을 현실주의자로 믿은 걸까? 그 현실이 자신을 세상에서 존재할 수 없게 만들었지만, 과연 그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했다. 아주 조금이지만 꿈꾸던 이상에 다다갈 수 있었던 삶이라서 행복했을까 아니면 만족했을까? 그것도 아니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했을까?
『다망한 에나리 씨』는 고등학교 탐정 동호회 회장인 에나리 히메코, 일명 에나리 퀸이라 불리는 여학생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그녀에게는 상당히
재산이 많은 할머니가 한 분 계신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노부인에게 기묘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열린 창문, 의문의 전화,
집을 엿보는 수상한 그림자, 그리고 똑같은 인형 세 개. 결국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에나리 퀸은 토마를 납치 감금하여 강제로 수사를 맡긴다.
과장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납치 감금이다. 토마를 잡아다가 동호회 방 의자에 묶어놓으니까. 그래도 토마는 가만히 사건의 개요를 듣고
해결해준다. 진짜 착하다. 아니, 호구일까?
사건은 언제나 그렇듯이 토마의 설명을 들으면, ‘아, 그렇구나!’하고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보는 시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금방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한꺼번에 여러 개의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흔히 그것이 연관되어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여러 개의 일이 각각 다른 사건이라고
금방 생각하지 못한다. 연쇄 살인, 뭐 이런 걸 좋아하는 습성이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닌가? 하여간 노부인에게 생긴 일도 그러했다. 동시에
성격이 다른 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었다. 물론 토마는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마지막에 노부인이 한 말이 와 닿는다. “네게 있어, 난 할머니. 네 아버지에게 있어, 난 어머니. 죽은 남편에게 있어, 난 아내……. 하지만
말이다……. 내게 있어 난 나란다.”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 개인 내 동생 이야기일 때는 그냥 재미있게만 들렸는데,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부인의 이야기가 되니 느낌이
색달랐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잊었던 자아를 찾겠다는 의지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돌아오지 못 할 젊은 시절에 대한 추억일까? 예전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마술 살인 They Do It with Mirrors, 1952’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남이 자신을 부르는
이름에 따라서 행동이 좌우된다는 생각이었다. 결국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아가게 되는 건 아닌가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난 나대로 살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