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코리 디코리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7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성희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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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ickory,Dickory,Dock, 1955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포와로에게는 믿음직한 조수가 몇 명 있다. 충실한 집사라든지 유능한 비서라든지. 그런데 비서 레몬양에게 큰 고민이 생겼는지, 자꾸만 실수를 저지른다. 그녀가 철자를 계속해서 틀리는 걸 보기가 무척 괴로웠던 포와로는 고민을 해결해주기로 마음먹는다. 사연을 들어보니, 레몬 양의 언니가 관리인으로 일하는 호스텔에 자꾸만 도난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국내외의 다양한 학생들이 머무르고 있는 곳인데, 평판이 나빠질까봐 쉬쉬하고 있다고 레몬 양은 덧붙였다. 얘기를 들은 포와로는 그곳에 가서 강연을 하고, 경고를 한다. 그러자 자신이 도둑이라며 한 여학생이 나서며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그녀가 죽은 채로 발견되고 자살이 아니라고 밝혀진다. 뒤이어 호스텔의 주인이 길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자, 포와로는 도난 사건 외에 뭔가가 더 있음을 알아차린다.

 

  호스텔이라는 단어를 보면, 자연스레 영화 '호스텔 Hostel, 2005'이 떠오른다. 외국에서 배낭여행 온 젊은 사람들을 납치해서 죽이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처음 책을 읽었을 때, 배경이 호스텔이라고 해서 외국에서 온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는 그런 숙박업소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읽어나가면서 장기적으로 묵는 학생들이 있다는 부분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정도면 일종의 외국 학생 대상의 하숙집이 아닌가? 대충 그렇게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잡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무척이나 비정한 범인이 등장한다. 자신의 죄를 숨기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건 기본이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마저 죽여 버린다. 그 놈의 돈이 뭔지…….

 

  궁금하다. 진짜로 그 사람을 좋아했었는지 아니면 편의에 따라 좋아하는 척을 한 것인지. 그 사람에게 한 말이 다 거짓이었는지 아니면 약간의 진심이 들어있었는지. 내 애인도 아닌데 왜 그런 걸 궁금해 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지만, 알고 싶었다. 아마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면, 죽은 사람만 불쌍해지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 같다. 그 사람은 범인이 보여주는 미소와 따뜻한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을 걸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범인이 더욱 더 무자비하게 보였다.

 

  설마 범인은 소시오패스인걸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흐음, 갑자기 윌리엄 마치의 소설 '배드 시드 The Bad Seed, 1954'가 떠오른다. 그 책에서 어린 로다는 양심의 가책 따위는 느끼지 못하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그 때문에 남을 죽이는 행위도 거리낌 없이 하는 소녀로 묘사되었다. 그 책에서 과연 범죄자의 피는 유전되는지에 대한 토론이 잠깐 언급된다. 아, 예전에 읽은 크리스티의 '맥긴티 부인의 죽음 Mrs. McGinty's Dead, 1952'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물론 이 책의 범인 조상 중에 범죄자가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로다와 이 책의 범인이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로다가 좀 더 성장한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할까? 그녀의 잔혹함에 교양과 전공 지식이 추가되면 이 책의 범인이 나올 것 같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안다고, 범죄도 저질러본 놈이 더 잘 저지르는 것 같다. 그래서 처음 잘못을 저질렀을 때 확실히 버릇을 고쳐놓아야 한다. 어리다고 봐주면 나중에 더 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범인은 냉혹하며 무자비했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용당한 학생들은 불쌍하기만 했다. 레몬 양이 제대로 일을 처리해서 만족한 포와로만 행복해진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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