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오인천
출연 - 강하늘, 김소은, 김정태, 한혜린
포스터에 속으면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게 한 영화였다. 너무 많은 것을 말하려는 것 같기도
하고, 표현하려고 하는 것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신을 볼 줄 아는 소년, 학교를 휘어잡고 있는 일진 무리, 왕따의 희생양이 되어 자살한 소녀
그리고 그것을 방관했던 반 친구들과 선생님. 이런 기본 설정에 귀신을 보는 소년의 어린 시절 사건에 대한 죄책감과 역시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삼촌과 성불하지 않고 눌러 붙어사는 개그 캐릭이 분명한 여자 귀신이 곁가지를 이루고 있다.
그러니까 영화는 일진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여학생이 귀신으로 나타나 복수를 하고, 때마침
전학 온 귀신을 볼 줄 아는 소년이 그녀를 진정시켜 성불시킨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와 동시에 왕따는 해서는 안 되는 짓이라는 걸
말하려고 했을 것이다. 당하는 사람에게는 죽고 싶을 정도로, 죽어서도 복수하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일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나보다.
하지만 영화는 뭐랄까……. 위에 적은 얘기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였다. 단순히 공포 영화라면 딱
저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했을 텐데, 이 영화는 거기에 다른 것을 첨가시켰다. 바로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사랑이다. 어쩌면 설레는 학창
시절의 첫사랑도 못해보고 죽은 소녀를 위해서, 귀신을 본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기 위해서 집어넣은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부분을 넣으면서 영화는 늘어지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이건 공포 영화도 아니고, 달콤 살벌한 학교생활을 다룬 것도 아닌 애매한 작품이
되어버렸다.
차라리 소년소녀의 풋풋한 만남을 통한 성장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태국 영화 '나의 유령 친구
Dorm, 2005'처럼 진행하면 귀신이 나오긴 하지만 충분히 예쁜 화면으로 가득한 치유물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소년은 소녀로 인해
학교생활을 해나갈 용기와 세상에 맞설 기회를 얻고, 소녀는 소년덕분에 아쉬움이 가득했던 학창 생활을 마무리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간혹 깜짝
놀라게 하는 귀신 등장 장면이 있어도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소년소녀의 관계는 부수적인 것이었고, 공포심을 주는 것이
주목적이었나 보다. 그런데 문제는 전혀 공포심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미 청초한 모습의 소녀가 나왔기 때문에 아무리 그녀가 눈을 부릅뜨고
나와도 전혀 무섭지 않았다.
게다가 귀신이 복수를 하는 과정이 조금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방관자인 다른 반 아이들에게
위협을 가하기 위해서라면, 일진 애들이 하나둘씩 당하고 있다는 걸 알려야 하는 게 아닐까? 왜 처음에는 그들이 실종된 것으로 설정했는지
모르겠다. 제목엔 괴담이라고 적혀있지만, 영화 안에서는 괴담이 나오지 않았다. 한두 사람만 안다고 괴담이 되는 게 아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알고 무서워해야만 괴담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영화 안에서는 괴담이 그리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 방관했던 다른 아이들에게 공포심을
주려면, 학교에서 자기들이 자살한 소녀에게 했던 짓 그대로 당한 채로 죽어서 발견되어야 했다. 그래야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괴담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되어야 아이들 사이에 흐르는 팽팽하고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이 흐를 수 있다. 그
감정들을 더 조이는 것이 바로 소녀의 역할이어야 했고, 그것을 툭하고 끊어버리는 것이 전학 온 소년의 임무였다. 하지만 아이들의 감정은
귀신보다는 일진 아이들에게 더 공포심을 느꼈고, 소녀 귀신은 무능력했으며 소년은 방관자였다.
그리고 결말은……. 휴……. 너무나 전형적인 흐름이어서 보는 내가 안쓰러울 정도였다. 이건 무슨
'월하의 공동묘지, 1967' 시대도 아닌데 신파조로 흐른담. 사실 다운로드 가격이 4000원으로 내렸기에 봤는데, 그 돈도 아까웠다.
갑자기 든 생각. 귀신의 복수보다 일진 아이들의 행패가 더 무서운 것은, 설마 현실이 더 지옥
같다는 의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