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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닥터 슬립 - 전2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7월
평점 :
원제 - Doctor
Sleep
작가 - 스티븐 킹
오버룩 호텔에서의 무시무시한 겨울을 보내고 살아남은 어린 대니. 하지만 호텔의 유령들은 그를
내버려둘 생각이 없었다. 딕 할로런에게서 그런 유령들을 제압하는 법과 샤이닝이라 불리는 능력을 조절하는 법을 배운 대니였지만, 이후의 삶은 그리
편안한 것이 아니었다. 알코올 중독으로 젊은 시절을 탕진하던 그는 뭐에 홀린 듯이 티니타운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호스피스와 모형 기차
운전 일을 병행하게 된다. 또한 방황하던 시절 저질렀던 어떤 일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그는 금주 모임에 들어간다.
하루하루 마음의 빚을 덜어내며 죽어가는 사람들을 자신의 능력으로 도우며 살아가던 어느 날,
누군가가 그에게 말을 걸어온다. 역대 최대급의 샤이닝 능력자인 아브라. 아가였을 때부터 심상치 않은 능력을 보인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대니와 연결되어 대화를 시도한다.
한편 샤이닝 능력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는 아이들을 노리는 단체 '트루 낫'. 능력자들의
모임이지만, 그들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을 죽을 때까지 정화(그들 입장에서는 정화지만 사실 고문)시킨 다음, 그 능력을 흡수한다. 그 결과
그들은 죽지 않고 병에도 걸리지 않으며 몇 백 년에 걸쳐 살아남는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그들의 레이더에 아브라가 포착되었다.
이제 겨우 열네 살인 아브라를 도울 사람은 이 세상에 오직 대니뿐이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일까?
트루 낫이 격전지로 선택한 곳은 대니에게 지울 수 없는 충격을 준 바로 그 오버룩 호텔이 있던 자리였다. 과연 그는 과거의 악몽을 딛고 아브라를
지켜낼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반성했다. 한때 '자루 속의 뼈 Bag of Bones, 1999'라든지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Hearts in Atlantis, 2000'를 읽으면서, '예전보다 집중시키면서 오싹하게 만드는 감이 좀 떨어지셨나
보다.'라고 슬퍼했던 내 자신을 반성한다. 한 번 킹은 영원한 킹이라는 말을 믿지 않았던 나를 자책하고 반성한다. 믿음이 부족한 나일론 신자였던
것을 반성한다.
이 책은 진짜 재미있다.
물론 누군가가 '전작에 해당하는 샤이닝과 비교하면?'이라고 물어본다면 19박 21일 동안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재미있다. 박이 적은 이유는 밤을 새워 고민해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소설 '샤이닝 The Shining, 1977'이 끝나면서 사라진 줄 알았던 오버룩 호텔의 집착
쩌는 유령들의 등장과 트루 낫의 출현은 '호오, 이건 뭘까?'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하지만 그 이후 바로 세상에 태어난 어린 아브라의 존재는
'이거 얘가 태어난 걸 알면, 그 미친 X들이 달려들 텐데?'하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어린아이가 공격당하는 설정을 좋아하지
않기에, 아브라가 너무 귀여웠기에 이런 애를 죽게 할 수 없다는 일념으로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두 사람과 한 단체의 십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의 변화를 보여주지만, 시시콜콜 다 다루는 게
아니어서 별로 느슨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도리어 대니와 아브라가 최후의 결전을 위해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샤이닝'에서는
너무 어렸기에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던 대니에게는 과거의 악몽을 씻고 자신을 믿을 수 있는 준비 기간이, 아브라 역시 좀 더 나이가
들어가면서 차분히 생각하고 능력을 조절하는 연습 단계가 필요했다. 게다가 그 와중에도 짬짬이 아브라와 트루 낫의 리더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탐색하는 몇몇 장면들이 긴장감을 주면 주었지, 느슨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벌어진 결전은 그야말로 폭풍이 휘몰아치는 분위기였다. 평범한 일반인들이 벌이는
전투가 아니기에 주먹다짐을 벌이기보다는, 능력을 이용한 싸움이었다. 그리고 장소도 한몫 거들었다. 오버룩 호텔 자리에서 만나기로 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 사람이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와 진짜 그 장면에서는 뭔가 울컥하면서 눈물이 났다. 아브라의 출생에 관련된 부분은 너무
억지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사람이 등장하는 장면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거였어. 이유를 써놓고 보니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서 황급히 지웠다. 그러고 나니 리뷰가 급 마무리가 지어질 느낌이다.
문득 대니가 샤이닝을 갖고 있는 아이들을 모아서 특별히 교육하는 기관을 만들고, 혹시라도 남아있을
트루 낫의 잔재들과 전투를 벌인다면……. 엑스맨의 스티븐 킹 버전이 될까? 어쩐지 재미있을 것 같다. 킹느님 한 편만이라도 써주세요,
제발!
책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읽으면서 재미있던 일 하나를 추가해보겠다. 애인님과 같이 서평단에
선정되었는데, 처음에는 애인님이 먼저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전화로 '그거 알아?' 이러면서 은근슬쩍 얘기를 넌지시 알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후다닥 먼저 다 읽고 나서 전화를 걸었다. "자기야, 2권에서 있잖아 아브라가……. 아브라가……. 엉엉엉" 이랬더니 "왜? 그놈들이 죽여?
새드 엔딩이야?" 막 이러고 놀라는 것이다. 후훗 작전 성공! 냉큼 "안알랴쥼." 이러고 끊었다. 이것이 내
즐거움!
모텔 전광판 고장난 걸 그림이 아닌 글자로 이렇게 표현하는 게
상당히 재미있고 독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