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드리언 몰의 비밀일기 1 - 13과 3/4살
수 타운센드 지음, 김한결 옮김 / 놀(다산북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원제 - The Secret Diary of Adrian Mole Aged 13 3/4 (2003년)

  부제 - 13과 3/4살

  작가 - 수 타운센드

 

 

 

 

  책을 읽으면서 웃다가 한숨 쉬다가 ‘이건 아니지’라고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젓기도 했다. 한 소년이 일 년 동안 적은 일기는, 솔직하고 냉소적이기도 했으며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1월 1일 새 해의 다짐으로 시작하는 에이드리언의 일기는 그의 끝없는 고민과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일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다. 그의 일기에는 여러 사람이 등장한다. 그의 마음을 한 눈에 가져가버린 전학생 판도라, 매번 사고를 일으키는 개, 아들의 건강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엄마와 아빠, 유일한 친구 나이절, 학교의 문제아 배리 켄트, 그를 유일하게 아껴주는 존재인 할머니, 엄마 애인인 옆집의 루카스, 그리고 89세의 독거노인인 버트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문제를 일으키면서 소년을 괴롭게 한다. 그 뿐인가, 그의 시적 재능을 알아주지 않는 무신경한 BBC와 대처 총리 그리고 성의 없는 의사 선생 때문에 소년은 행복할 수가 없다.

 

  아마도 일 년 동안 그에게 가장 큰 충격이었던 일은 엄마가 루카스와 떠나고, 아빠가 실업자가 된 사건일 것이다. 그리고 제일 행복한 일은 연달아 다른 아이들과 사귀어 소년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판도라와 마침내 사귀게 된 것이고. 그 세 가지 큰 사건을 중심으로, 학교에서 있던 사건들과 봉사활동으로 만난 버트 할아버지와 겪은 여러 가지 일들이 일기를 가득 채우고 있다.

 

  어떻게 보면 에이드리언은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서로 바람을 피다가 헤어지는 엄마와 아빠부터 시작해서, 학교에서는 돈을 빼앗기고, 실업자인 아빠는 술만 마시고 아들을 돌보지 않는다. 급기야 전기가 끊기는 바람에 촛불을 켜고 숙제를 해야 한다. 내가 에이드리언의 입장이었다면, 아마 울다가 신세 한탄을 하고 비뚤어져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어린 소년은 다른 태도를 취한다. 약간은 냉소적으로, 그러면서 희망을 놓지 않고, 남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긍정적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그래서 일기를 읽으면서, 에이드리언에게는 심각한 상황인데도 웃음이 나오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중2병에 걸린 소년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중2병 소년들과 달리, 에이드리언은 외부의 변화를 받아들이려고 한다. 비록 자기중심적인 필터링을 거치긴 하지만, 가능하면 수용하려고 애쓴다. 그 때문에 보는 입장에서는 안쓰럽기도 하고 유쾌상쾌통쾌한 느낌도 든다.

 

  어린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사회라는 건, 어쩌면 그 나이대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자신에게는 무척이나 중요한 문제인 뾰루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의사 선생의 치료에, 이런 진료를 받으려고 의료보험료를 내는 게 아니라고 분노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낯선 곳에 갔을 때 칼이나 포크 만드는 공장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마 대처가 모조리 폐쇄시킨 모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대처는 사악한 총리였다.

 

  에이드리언의 일기를 읽다보면, 1982년 영국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포클랜드 전쟁이라든지 찰스 왕세자의 결혼식 등등. 물론 그 때마다 소년 특유의 비꼬기라든지 그만의 필터링을 거친 표현이 등장한다. 그와 친구들을 보면,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말이 딱 맞았다. 그 정도로 사고의 확장이나 흐름, 행동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문득 이 책을 쓴 사람은 어른이지만, 어쩌면 저 또래의 청소년들도 저런 생각을 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큰조카나 둘째 조카도 에이드리언처럼 사물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자랐을까? 음,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 애들의 말하는 것이나 사회를 보는 관점이 상당히 독특했었다. 그렇다면 그 애들의 눈에 비친 고모는 어땠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제 사춘기에 접어드는 막내 조카는, 아는 사람들한테서는 다 특이하다는 평을 듣는 그 녀석은 과연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크게 될 지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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