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he
Possession, 2012
감독 - 올레 보르네달
출연 - 제프리 딘 모건, 나타샤 칼리스, 카이라 세드윅, 매디슨 데븐포트
시작 부분을 보면, 한 가족이 겪었던 29일간의 기록이라고 나온다. 실화라는 걸 강조하려는 것
같다.
영화는 한 노부인이 앤티크 상자를 부수려다가 알 수 없는 힘에 공격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미국 드라마를 본 사람에게는 무척이나 낯이 익은 두 남녀가 등장한다. '슈퍼내추럴 Supernatural'의 주인공 윈체스터 형제의
아버지 역할을 맡은 배우 제프리 딘 모건과 '클로저 The Closer'에서 평상시엔 어수룩하지만 사건 해결엔 너무도 냉정한 반장인 브렌다 역을
맡은 배우 카이라 세드윅이 나온다. 두 사람은 최근에 이혼했고, 두 딸 엠과 한나는 런 부모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지내고 있었다. 우연히 차고
세일하는 곳을 지나가던 중, 엠은 앤티크 상자를 발견하고는 아빠에게 사달라고 조른다. 문제는 그게 바로 첫 장면에서 노부인이 부수려던 그
상자였다는 것이다.
아빠가 아무리 애를 써도 열리지 않던 상자를 우연히 열게 된 엠. 그날이후, 그녀는 자꾸만 이상한
환상을 보게 되고 성격도 점차 포악하게 바뀌기 시작한다. 엠이 이상해진 원인이 앤티크 상자 같아서 그것을 버리려고 하자, 어린 딸은 아빠를
함정에 빠트린다. 바로 아빠가 자신을 때린 것처럼 연기를 한 것이다. 이에 분노한 엄마는 딸들과 아빠를 만나지 못하게 한다. 그러다 엄마도
마침내 엠이 이상해진 것이 자기들의 이혼 때문이 아니라, 다른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이제 가족들은 유대교 쟈독 신부와 함께 힘을 합해
어린 딸을 구하려고 하는데…….
아빠가 참 불쌍했다. 이미 마음을 잡고 다른 남자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엄마와 달리, 아빠는
오직 아이들 보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외로운 나날을 보낸다. 특히 엄마와 그녀의 남친, 그리고 두 딸이 단란하게 앉아 식사를 하려는 장면을
보면서 자기 짐을 들고 나가는 뒷모습은 눈물이 앞을 가렸다. 비록 자신을 함정에 빠트린 딸이지만, 잘못 되가는 걸 두고 볼 수 없어서 목숨을
걸고 지키려는 모습 역시 눈물겨웠다.
음, 제일 불쌍한 건 엄마의 남자친구일까? 엄마와 사랑에 빠진 것뿐인데, 생니가 우수수
뽑히다니……. 미국은 치과 치료비가 비싸다던데.
황당한 건, 아빠가 도움을 청하러 간 유대교 신부들의 태도였다. 어린 딸이 상자를 열었다고 하자,
그것도 신의 뜻이니 그냥 따르라고 한다. 그러니까 상자 속의 악령이 엠의 영혼을 파괴하고 목숨을 빼앗는 걸 두고 보라는 것이다. 아니,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태어나는 것도 신의 뜻이고, 죽는 것도 신의 뜻이고, 그럼 살인하는 것도 신의 뜻이고 살해당하는 것도 신의 뜻인가? 아주 그냥
짜증이 제대로 났다.
영화는 몇몇 충격적인 장면들이 있다. 구역질이 나서 입 안을 들여다보던 엠이 목구멍에서 기어
나오려는 손가락을 보는 장면, 아빠가 인터넷 웹서핑으로 찾아본 엑소시즘 영상들, 그리고 병원에서 에밀리(엠)의 MRI 사진을 찍었는데, 그녀의
몸속에서 보인 이상한……여기까지.
영화를 보면서, '현실적이고 냉철하며 이성적인 수사관이었던 브렌다가 결국 초자연적인 현상만
따라다니는 윈체스터 때문에 그런 세상을 믿게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브렌다가 악마 사냥을 하는 모습도 멋질 것 같다는 상상을
잠시 해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건, 왜 악령이 몸을 지배하면 다들 생고기를 먹는 걸까? 그리고 그 병원은 도대체
어떻게 된 체계를 갖고 있기에, 지하에서 엑소시즘을 벌이고 생난리를 피우는데 아무도 몰랐던 건지.
이런 영화는 대개 악령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원칙이 있다. 가족애와 선이 이긴 것 같지만 확실히
이긴 것이 아닌, 단지 악이 전략상 후퇴를 했을 뿐이다. 그나저나 앞부분에 나왔던 실화라는 이야기는, 이 모든 일들이 다 실화라는 말일까 아니면
영화적 상상과 과장이 좀 들어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