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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의 사건수첩 4 - 궁 넘고 담 넘는 추리활극
허윤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작가 -
허윤미
하아, 예종과 윤사관의 재기발랄한 궁중 추리물이 마침내 끝이 나버렸다. 하긴 예종의 재위기간이
짧긴 했다. 그래서 작가가 주인공으로 골랐다고 말하기도 했고. 하지만 코난은 몇 년이 지나도록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고, 김전일 역시
고등학교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왜! 하필 예종은 재위 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꼴랑 4권으로 이야기가 끝나야한단 말인가! 작가는 반성해야한다.
이제 예종을 암살하려는 음모는 극에 달한다. 앞 권에서 어용화가 도난당한 이유는 역시 암살자에게 그의
외모를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저기압인 예종을 위해 윤사관은 책쾌(조선시대의 서적중개인)들이 일 년에 한 번 모이는 회동에
데리고 가기로 한다. 그런데 그곳에서 책쾌 서씨가 독살당한다. 그리고 그의 품에서 사라진 책 한 권. 바로 예종의 형이었던 의경 세자의 죽음에
얽힌 책이라고 한다. 유력한 용의자인 우씨마저 변사체로 발견되자, 사건에 미궁에 빠지는 듯 했다. 하지만 서씨가 왼손잡이였다는 것, 예종의 바로
옆에 앉아있었다는 것 그리고 윤사관의 짐에서 독극물이 발견되면서, 사건의 진상은 밝혀진다. 바로 예종을 노린 독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예종은 누가 자신을 노리는지, 왜 자기가 죽기를 바라는지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마침내 결단한다. 보름 후, 예종은 갑작스레 지병이 악화되면서 결국 세상을 뜨게 된다.
작가는 예종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해 과감한 상상을 보여준다. 그 상상은 무척이나 유쾌하고
발랄했지만, 한편으로는 애절하고 안타깝기만 했다.
하지만 예종의 아버지가 바로 그 세조였다는 걸 생각한다면, 작가의 상상은 상당히 타당하다. 책을
읽으면서 예종이 어떤 마음으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그는 왕실에 더 이상의 피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싫었을 지도 모르겠다.
특히 형인 의경세자가 아버지의 죄를 대신해 죽었다는 저주받은 세자라는 소문이 돌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또다시 가족끼리 죽고 죽이는 일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역시 멋진 남자였다, 예종은.
그리고 몇 장면 안 나왔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 수빈(의경세자의 비이자 후일 성종의 모친인
인수대비)에 대해서는 혀를 내둘렀다. 정치 감각은 물론이고 연기력까지 골고루 갖추고 있었다. 하긴 그런 성격이니 예종의 아들을 제치고 자기
아들을 왕위에 올릴 수가 있었겠지. 그리고 몇 년 후에는 며느리를 내쫓아서 나중에 그 난리가…….
제일 충격적인 인물의 등장은 바로 책쾌들의 모임에서 만난 건달, 아니 상거지, 아니 김시습이었다.
아아, 그렇다. 김시습은 그 당시 사람이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코난이나 김전일처럼 몇 년째 나이도 안 먹고 졸업도 안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그것처럼 예종과 윤사관 거기에 김시습까지 얽혀서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으면 어떨까하는 소박한 바람을 가져봤다. 하지만 작가님은 안
그려주시겠지……엉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