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손가락의 아픔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황해선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1월
평점 :
품절


  원제 - By the Pricking of My Thumbs, 1968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토미와 터펜스 부부가 나오는 시리즈이다. 이제 그들도 나이가 들어서, 조만간 토미는 정년퇴직을 할 예정이다. 요양원에 있는 토미의 고모를 만나러 간 날, 터펜스는 휴게실에서 한 노부인을 만난다. 랭카스터 부인이라 자신을 소개한 그녀는 다짜고짜 이상한 질문을 던진다. “그 가엾은 어린애가 당신의 애였나요? 벽난로 뒤 말이에요.”

 

  이후 고모가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하던 중, 랭카스터 부인이 줬다는 시골의 풍경이 그려진 그림을 하나 발견한다. 하지만 요양원에 연락해보니, 그녀는 친척이 와서 데리고 갔다는 것이다. 이후 그녀의 행방은 머리카락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린다. 터펜스는 토미가 국제회의에 참가하는 동안, 랭카스터 부인을 찾아보기로 결심한다. 그림의 배경이 된 마을을 찾아낸 터펜스는 그곳에서 있었던 연쇄 유아 살해사건에 대해 알게 된다.

 

  한편 토미는 고모가 남긴 물건을 조사하던 중, 요양원에서 일어났다는 의문의 독살 사건에 대한 제보를 듣는다. 게다가 빈 집을 은신처로 삼는 전국 규모의 절도단과 랭카스터 부인의 변호사가 관련이 있다는 경찰 친구의 얘기까지 접하게 된다. 도대체 양로원의 독살 사건과 사라진 노부인, 그리고 절도단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랭카스터 부인이 처음 나오는 장면에서,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저 대사, 어디선지 읽은 기억이 있었다. 한참 기억을 더듬고 뒤지다가 찾아냈다. 바로 ‘잠자는 살인 Sleeping Murder, 1976’이었다. 거기서 그웬다가 양로원에 있는 사람을 찾으러 갔을 때, 한 노부인이 그녀에게 벽난로 뒤의 아이가 당신의 아이냐고 묻는다. 크리스티는 저 대사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나보다.

 

  아무래도 터펜스는 남편이 옆에 없으면 심심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성격 같다. 그녀가 폭주하면 토미가 옆에서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런 존재가 없으니……. 물론 한 번 의문이 들면 반드시 해결을 봐야하는 그 끈질김과 집념이 부럽긴 했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나 쓰는 말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성격 같다. 어떻게 보면 오지랖이 넓다고 할 수도 있지만, 덕분에 미궁에 빠졌던 사건들이 해결되었으니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음, 그렇게 본다면 모든 것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가 말해주는 걸까?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가 좋으면 좋다고 해야 하는 걸까? 하긴 영화를 보면 범인을 잡겠다고 도로 추격전을 벌이면서 다른 차를 들이박으면서 다니지만,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경우는 별로 본 적이 없다. 범인을 잡으면서 ‘따봉’을 외치면서 끝. 학교에서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가르치지만, 현실은 과정보다는 결과인가보다.

 

  아, 갑자기 이상한 쪽으로 얘기가 흐르는데 이번 책은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러니까 포와로가 나오는 책들처럼 등장한 젊은 남녀가 눈이 맞는 게 아니라, 사랑 때문에 벌어진 여러 가지 사건을 보여주고 있다. 사랑 때문에 평생을 바라보기만 하면서 뒷바라지를 했던 사람, 사랑 때문에 모든 위험을 감수했지만 결국 고통 속에서 살았던 사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이용했던 사람. 과연 어떤 것이 진정한 사랑일지 생각해볼 시간을 주었다.

 

  물론 닭살 돋는 토미와 터펜스 부부 같은 사랑도 있지만 말이다. 하아, ‘나의 사랑스러운 아가씨’라니. 그게 정년퇴직을 일 년 앞둔 나이의 남편이 아내에게 하는 대사라니. 으, 어제 본 만화도 그렇고 이번 책도 그렇고 어쩌다가 이틀 연속 닭살 돋는 커플이 나오는지. 그래서였나? 어쩐지 닭이 먹고 싶다. 내 사랑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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