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타주 (1disc)
정근섭 감독, 김상경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영제 - Montage , 2013

  감독 - 정근섭

  출연 - 엄정화, 김상경, 송영창, 조희봉

 

 

 

 

  한 소녀가 납치당한다. 유괴범이 원하는 돈을 건네주었지만, 소녀는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이후 그녀의 어머니는 범인이 잡힐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살았고,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는 가슴 한쪽에 응어리를 가진 채로 지내왔다. 공소 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범인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형사는 죽을힘을 다해 그를 쫓지만,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공소 시효는 만료되었다.

 

  그런데 그 사건과 똑같은 수법으로 또 다른 소녀가 사라진다. 놈이 돌아온 것인가? 형사는 이번에는 꼭 잡겠다는 일념으로 뒤를 쫓는다. 그런데 사건은 예상 밖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아, 엄정화씨의 연기를 넋 놓고 바라보았다. 물론 예전에 보았던 영화 ‘오로라 공주, 2005’에서 맡았던 배역과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그때보다 더 애절하고 한을 품은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영화는 그게 다였다.

 

  영화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진지했다. 딸을 잃어버린 두 엄마의 절규와 기필코 범인을 잡겠다는 형사의 추격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아프게 하고 긴장하게 만들었다. 중간에 숨을 쉴 여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감독은 중간에 관객들에게 긴장을 풀 여지를 주려고 했는데, 그게 영 아니었다. 그래, 아이를 잃은 엄마가 코미디를 할 수는 없다. 그 두 사람은 마음을 졸이면서 딸의 귀환과 범인의 체포를 기다려야하니까. 주인공인 형사? 그는 범인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마음에 칼을 품은 사람이었다.

 

  그러니 긴장을 풀어줄 개그 캐릭터를 누구로 하면 좋을까 감독은 고민했을 것이다. 결국 당첨된 사람은 다른 형사들이었다. 하아, 진짜 영화를 보면서 너무 화가 났다. 형사들을 적절한 개그 캐릭터로 설정해 유머러스한 대사를 치거나 행동을 보여주면 되는 것을, 그들을 아주 바보로 만들어버렸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라 단체로! 한자를 잘 못 읽는 건 그렇다고 쳐도, 한글 띄어 읽기도 제대로 못하는 형사를 보면서 과연 웃음이 나올 거라 감독은 생각한 걸까? 마치 이 부분에서는 웃겨야한다는 강박관념에 걸린 것처럼 덜떨어진 형사들을 우르르 등장시키면 먹힐 거라 믿은 걸까?

 

  설마 그런 멍청한 형사들을 등장시킨 것이 막판 반전을 위한 복선이었을까? 제대로 하는 것이 없으니 진범의 의도대로 증거란 증거는 다 놓치고, 평범한 엄마도 생각하는 것을 따라가지 못해서 진범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거였나 보다. 아니, 어쩌면 평범한 엄마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사실은 알고 보니 IQ 180에 멘사 회원이었고, 형사들이 평범한 거였을지도. 그래서 그랬나보다. 현장 검증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범인이 두고 간 우산도 놓치고, 발견된 증거는 조작인지 아닌지 일말의 의심 없이 철석같이 믿고, 잡은 범인이 진범인지 아닌지 따질 것 없이 사건 조기 해결했다고 자화자찬하고 말이다. 멍청한 것도 어느 정도여야 긴장을 풀고 웃지, 이건 뭐…….

 

  그래서 주연을 맡은 세 배우의 연기가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특히 엄정화씨의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설정이나 복선 같은 전반적인 구성이 무척이나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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