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턴발 4시 50분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심윤옥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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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4:50 from Paddington, 1957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 마플의 친구인 맥길리커디 부인은 우연히 스쳐지나가는 기차에서 한 남자가 여자를 목 졸라 죽이는 장면을 목격한다. 재빨리 경찰에 신고했지만, 기차역이나 기찻길 그 어디에서도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녀가 추리 소설을 읽다가 꿈을 꿨을 거라 생각하지만, 미스 마플의 생각은 달랐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그녀는 절대로 허튼 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철도와 기차에 대해 잘 아는 지인의 도움으로 미스 마플은 시체가 숨겨졌을 가장 그럴듯한 장소를 찾아낸다. 자신이 직접 뛰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그녀는 프로 가정부인 루시를 그곳으로 보낸다. 저택에서 일을 하며 틈틈이 주변을 뒤지던 루시는 마침내 시체를 발견하고…….

 

  역시 집안의 재산을 틀어쥔 노인과 그를 간병하며 살고 있는 딸, 범죄와 연이 닿아있는 아들, 괜찮은 집 여성과 결혼하여 겉으로는 건실하게 살아가는 아들 그리고 제멋대로 살아온 또 다른 아들이 등장한다. 그들을 중심으로 사위와 손자, 딸과 연인관계인 의사, 그리고 시체로 발견된 신원 미상의 여인이 얽히고설키면서 복잡한 인간관계를 보여준다. 과연 죽은 그녀는 누구이며 왜 그 집안에 숨겨져 있었을까?

 

  미스 마플은 크래독 경감과 루시의 조사를 토대로 사건을 추리해간다. 확실히 그녀는 안락의자형 탐정이다. 하긴 나이가 있으니 젊은 사람들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힘들 것이다.

 

  이번 이야기에서 미스 마플의 수족이 되어 움직인 사람은 루시 아일리스배로라는 아가씨이다. 외모나 머리 회전이 남들에 뒤지지 않고, 청소면 청소, 요리면 요리,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여성이다. 미스 마플의 황당한 부탁, 대저택과 그 인근 부지를 뒤져서 시체를 찾아달라는 제의에 호기심을 느끼고 사건에 뛰어든다. 물론 사건 해결보다는 가정부라는 직책에 더 책임감을 느낀 것 같지만 말이다. 그녀는 저택에서 일하며 무려 세 남자에게서 프러포즈를 받는다. 특히 한 소년은 그녀에게 자신의 새어머니가 되어달라고 간청을 하기까지 한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미스 마플과 크래독 경감은 그녀가 과연 누구를 선택했을지 얘기를 나눈다.

 

  나 같으면 아무도 선택하지 않고 자기만의 생활을 계속 즐길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 세 남자 다 그리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애인이 아니라 보모 내지는 엄마 같은 존재니까. 엄마 같은 존재를 원하면 그냥 엄마랑 계속 살 것이지, 왜 애꿎은 젊은 여자를 엄마의 대체물로 만들려는 건지 모르겠다. 제발 그녀가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기를 빌 뿐이다.

 

  제일 인상 깊은 부분은 미스 마플의 친구에 대한 믿음이었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평소 부풀리기 좋아하는 그 사람의 성격 때문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맥길리커디가 그런 말을 한다는 건, 진짜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루시에게 이런 식으로 설명하며 시체 찾기를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미스 마플은 맹목적으로 친구라고 두둔하는 사람이 아니다. 알고 지내온 기간 동안 상대가 해온 말이나 행동을 보고 사람을 판단한다. 그러니 미스 마플이 전적으로 말을 믿어준다는 것은, 그 사람이 그동안 실없는 소리나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내 말을 믿어주고 아니고는 평소에 내가 내뱉는 말과 보여주는 행동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앞으로는 좀 더 신경 써야겠다. 그렇다고 평상시에도 진지진지열매를 먹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 필요한 말을 하고, 하지 않아야할 때는 말을 삼가는 연습을 해야겠다.

 

 

  그런데 191쪽에서 끝에서 네 번째 줄, ‘위장장해’가 아닌 ‘위장장애’가 맞는 표기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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