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Oculus , 2013

  감독 - 마이크 플래너건

  출연 - 카렌 길리언, 브렌튼 스웨이츠, 케이티 색호프, 로리 코크레인

 

 

 

 

  애인님과 같이 본 영화. 언젠가 말했지만, 같이 봤다고 해서 나란히 손 붙잡고 가서 다정스레 옆에 앉아서 봤다는 의미는 아니다. 애인님은 지난 주말에 혼자 극장에 가서 봤고, 나도 현충일을 맞아 혼자 가서 봤다. 장거리 연애 커플의 비애라고 해야 하나?

 

  게다가 상암 CGV가 집에서 걸어 20분 거리에 있지만, 거기서는 상영을 하지 않아 지하철을 타고 불광 CGV까지 가야했다. 그것도 하루에 딱 한 번만 상영해서, 그 시간에 맞춰 부지런을 떨어야했다. 하루에 딱 한 번 상영하는 영화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상영관에 가득 찼다. 이럴 수가, 지금까지 호러 영화를 보러 다니면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이다. CGV의 노련한 상술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좀 치사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기서라도 상영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굽신굽신.

 

  어느 날, 아버지가 어머니를 잔혹하게 고문하고 죽였다. 그리고 어린 남매마저 죽이려고 했다. 결국 열 살 난 남동생이 총으로 아버지를 쏴 죽였고, 어린 소년은 정신병동으로 이송되었다. 하지만 이건 세상 사람들이 겉으로만 아는 사실이고, 아이들이 말하지 않은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바로 이사 오면서 새로 산 거울 때문에 아빠가 미치고 엄마마저 이상하게 변했다는 것이다. 두 남매는 언젠가 어른이 되면 거울을 찾아내 부숴버리자고 약속한다.

 

  11년 후 정신병원에서 정상 판정을 받고 동생 팀이 퇴원하는 날, 누나 케일리는 모든 준비가 다되었다고 말한다. 경매회사에서 근무하는 그녀는 자신의 모든 인맥을 총동원해 거울에 얽힌 비극적인 사례를 조사하고, 사건 이후 사라졌던 거울도 찾아낸다. 그리고 모든 사건들이 거울에 조종당한 사람들이 저질렀다는 것을 밝혀내겠노라 장담한다. 그녀의 바람은 아버지는 어머니를 죽인 살인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온 팀은 누나의 기억력이 잘못되었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곧이어 드러난 거울의 마력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4세기에 걸쳐 45명의 사람을 죽인 거울이라. 왜 아무도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파는 사람은 장사를 못 할까봐 숨겼고, 거울을 가졌던 사람 중에는 살아남은 자가 없기 때문일까? 게다가 옛날에는 기록 보관이라든지 소문이 퍼지기 어려웠기에 아무도 연관시킬 생각을 하지 않았고?

 

  영화는 과거와 현재가 마구 뒤섞이면서 진행이 된다. 거기다 지금 이 상황이 거울이 만들어낸 환상인지 아니면 진짜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그래서 한눈팔지 말고 집중을 하고 봐야한다. 중간에 팝콘이나 콜라 먹겠다고 잠깐 시선을 돌렸다가는……. 그래서 난 팝콘도 콜라도 사지 않았다. 게다가 이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결말에 대한 암시를 주고 있다. 그것을 보면서 설마 그대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대로 되지 않을까 추측했었다. 그런데 감독은 그대로 만들어버렸다. 아니, 이런!

 

  포스터를 보면 아름다운 여인이 거울에서 튀어나오는데, 영화에서는 저런 미녀가 등장하지 않는다. 음, 환각에 걸린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였을지 모르지만 내 눈에는 그런 미녀는 없었다.

영화는 '왜?'보다는 '어떻게?'에 초점을 맞추었다. 왜 거울이 사람들을 환상에 빠뜨리고 죽이는지 이유는 나오지 않았다. 그냥 거울이 있었고, 그러면 사람들이 죽어나갔다고만 말한다.

 

  그래서 어떻게 과거에 아빠와 엄마가 거울에 홀려서 이상하게 변했고, 아이들은 그런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현재에서는 두 남매가 어떻게 거울의 저주를 풀려고 노력하고, 거울은 어떻게 그들에게 환각을 보여주면서 파멸로 이끄는지 나타내면서 관객마저 홀려버린다.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저게 진짜인지 아니면 가짜인지 헷갈린다. 특히 케일리가 전구를 갈면서 사과 먹는 장면은 소리만으로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상상하게 한다. 그리고 화면에 잡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상태가 어떨 것이라 추측하게 한다. 그게 더 끔찍했다. 그 전에 예전 사건의 사진을 보여줬기에, 비슷하리라 짐작한다. 아니, 더 끔찍한 걸 상상하게 된다.

 

  결말을 보면서 문득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라는 노래 가사가 떠올랐다. 내가 살아도 사는 게 아니야. 남은 평생을 어떤 기억을 가지고 살아야 할까? 그게 더 가혹한 형벌이 될지도 모르겠다.

 

 

 

 덤. 미국 드라마나 영국 드라마를 본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인물들이 나온다. 케일리 역을 맡은 배우는 '닥터 후 Doctor Who' 시리즈에서 에이미 폰드를 연기한 배우였고, 거울에 홀려 미쳐버린 엄마는 '배틀스타 갈락티카 Battlestar Galactica'에서 스타벅 역할을 맡은 배우였다. 역시 거울의 환각에 빠져버린 아빠는 'CSI 마이아미 CSI: Miami'에서 스피들로 나왔었고, 팀의 치료를 맡았던 의사는 '미디엄 Medium'에서 검사로 나왔던 배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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