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웨이크닝
닉 머피 감독, 도미닉 웨스트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원제 - The Awakening , 2011

  감독 - 닉 머피

  출연 - 레베카 홀, 도미닉 웨스트, 이멜다 스턴톤, 루시 코후

 

 

 

  1차 대전이후 영국에서는 강령술이 유행했다. 아무래도 전쟁과 질병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자들이 많아서였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플로렌스는 가짜 강령술사를 찾아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경찰과 함께 사기꾼들을 잡아들이는 일을 하던 그녀에게 의뢰가 들어온다. 한 소년 기숙학교에 귀신이 나타났고 아이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으니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학교에 도착한 그녀는 조사를 시작한다. 마침내 귀신이 아닌 사람이 저지른 짓이라는 증거를 찾아내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예전에 그곳이 학교가 되기 전, 부유한 집안의 대저택일 때 있었던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기 시작한다.

 

  영화는 소년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전반부와 유령의 정체를 밝혀가는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가 약간의 스릴이 있는 범인 찾기가 주된 내용이라면, 후반부는 한 가족의 비극이 빚은 살인과 그 결과 생겨난 아픔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극의 호흡도 약간 차이가 났다. 범인 찾기는 빠른 느낌으로 후다닥 지나갔고, 가족의 비극이 밝혀지는 부분은 서서히 뭔가가 다가오는 느낌으로 느릿하게 진행되었다. 조금 지루한 감도 있었지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장치들이 튀어나왔다. 방심하고 있다가는 당할 수가 있다.

 

  가장 긴장했던 부분 중의 하나는, 주인공 플로렌스가 커다란 인형의 집을 들여다볼 때이다. 각각의 방에는 그녀가 이 학교에 와서 겪은 일들이 작은 인형과 학교 비품과 비슷하게 생긴 세트로 정교하게 만들어져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인형의 집을 들여다보는 장면이 만들어진 세트를 보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녀의 뒤에 소년 인형이 서 있는 게 아닌가? 바로 유령 소년이었다. 그 때 참 놀랐다.

 

  영화는 후반부로 가면서, 단순히 귀신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다가 아니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은 숨기고 싶은 비밀이나 아픔이 있는데, 그것을 극복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플로렌스는 그녀 나름대로, 로버트 선생 역시 그 나름대로 죄책감으로 뒤범벅이 된 비밀을 간직하고 자신을 자책하다가 심지어 자해까지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들은 평생 그 괴로움의 무게에 억눌린 채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다 그 무게에 먹혀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양호 교사인 모드나 톰처럼 말이다. 두 사람은 죄책감이 지나쳐 자책을 하다가 결국 그것에 먹혀버렸다. 그래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머무르기만 했다. 그러니 다른 길이 보일 리가 없다. 그들에게 세상이란 결국 학교뿐이었다.

 

  그게 비극의 시작이었다. 집착하고 자책하다가 결국 미쳐버렸다.

 

  영화 포스터를 보면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크게 적혀있다. 그러니까 감독이 화면 속에서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함정이 있지는 않은지 또는 감독이 의도적으로 화면을 왜곡시키지는 않았는지 잘 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것이 잘 드러나는 것이 바로 마지막 부분이었다. 애인님과 이 영화를 보고, 결말 부분을 두고 의견이 서로 달랐다. 그래서 혹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고,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게 영화가 준 교훈이었다.

 

  아, 또 하나. 너무 아들 아들하지 말자. 딸도 자식이다. 그 놈의 남아 선호 사상은 한국이건 서양이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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