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아이 책비 맛있는 책읽기 30
김은중 지음, 김호랑 그림 / 파란정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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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김은중

  그림 - 김호랑

 

 

 

 

  예전에는 책을 읽어주는 노비가 있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책이 귀해 아무나 갖지 못했고, 글을 모르는 평민이 많아 전기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이야기를 해줬다고 한다. 그에 비해 책비는 주로 바깥출입을 못하는 부녀자들이나 아이들을 위해 책을 읽어줬다고 한다.

 

  이량은 양반집 외동딸이었다. 하지만 아버지 권 대감이 모함을 받아 유배를 간 뒤에,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버렸다. 다행히 이량은 아버지의 지인인 최 서쾌의 집에서 얹혀살게 되었다. 그곳에서 필사를 하던 이량은 책비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자신은 노비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책비이길 거부했지만, 조금씩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지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책에 세상이 담겨있으며 사람들의 삶이 어떠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는 이왕이면 제일 뛰어난 책비가 되겠노라 다짐한다.

 

  처음에 책비라는 존재에 대해 알았을 때, 조선 시대에 노비가 어떻게 글자를 배웠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것도 여자가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해가 되었다. 역모로 몰락한 집안의 규수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책비라는 직업은.

 

  이량이 처음에 책비로 불리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는 부분이 공감되었다. 아무리 집안이 몰락했다고 하지만, 노비라고 불리는 것에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건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자존심일 수도 있었다.

 

  그랬던 그녀가 변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바뀌는데 혼자만 과거에 얽매여 살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마음을 고쳐먹으니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다. 달라진 눈으로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돌아보니, 그동안 자기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 알게 되었다. 우물의 한계를 깨달은 개구리를 밖으로 나가고 싶다.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어진다. 비록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비참한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위험을 뛰어넘는 용기를 마음에 품게 된다. 비록 개구리지만, 새처럼 높이 그리고 멀리 날고 싶다. 저 위에 있는 하늘에 닿을 정도로.

 

  이량은 그렇게 풀쩍 뛰기 시작했다. 단순히 글자를 읽어주는 것이 아닌,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하면서 울고 웃기고 위로해주고 달래주는, 그런 책비가 되기를 열망하고 노력했다.

 

  남부럽지 않게 거의 모든 것을 가졌던 사람이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목표도 잃어버리고 의욕도 없어지고 살 의미를 찾지 못할 것이다. 이량도 그러했다. 아버지는 유배지로 쫓겨 갔고, 어머니는 앓다가 돌아가셨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어찌할 바를 몰랐던 그녀였지만, 곧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궁리했다.

 

  목표를 가진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다. 주위에서 어떤 압력이나 위협이 닥쳐도 한발 뒤로 물러서기만 할 뿐, 포기하지는 않는다.

 

  어린 이량의 슬픔과 불안,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따라하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목표를 갖자,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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