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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램 호텔에서 ㅣ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성희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5월
평점 :
품절
원제 - At
Bertram's Hotel, 1965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 마플이 나오는 작품으로, 무척이나 대담하고 조직적인 범죄 집단을 파헤치는 내용이다. 그렇다고
미스 마플이 뛰어다니면서 증거를 모은다거나 용의자를 추적하진 않는다. 그럴 연세도 아니고, 그녀에게서 그런 것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음,
터펜스라면 가능할 것 같다.
버트램 호텔. 예전의 운치를 그대로 간직한 런던의 호텔이다. 모든 것을 고객의 취향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억에 잠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의 장소이다. 그런데 그곳을 머문 사람들 몇 명에게 이상한 일이 생긴다. 범죄
현장에서 그들의 자취가 발견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시간에 다른 곳에 있었다. 이것에 의문을 품은 경찰이 은밀히 조사를 들어가는데,
공교롭게도 한 신부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와 동시에 부유한 상속녀를 노린 총격 사건이
일어나는데…….
미스 마플은 휴가를 즐기려고 호텔에 투숙했다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사실 그녀가 관심을 가진
것은 모녀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파렴치한 남자였다. 우연히 길에서 그 남자가 두 여자를 따로따로 만나는 것을 보고 호기심과 안쓰러움을 동시에
느끼며 주시하게 된다. 유명한 레이서였다는 그 남자는 엄마와는 아주 가까운 친구이고 딸과는 결혼을 약속한, 어떻게 보면 능력자이고 달리 보면
벼락 맞아 죽어도 싼 놈이다.
책을 읽으면서 부전자전, 모전여전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더 이상은 심각한
스포일러니까 패스!
처음에는 경찰이 미스 마플을 연극 무대에 나오면 딱 어울릴,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증조할머니
상이라고 생각하지만, 곧 그녀의 예리함과 뛰어난 추리력에 감탄하며 같이 사건을 수사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주임 경감과 미스 마플은 사라진 신부에
관한 미스터리와 상속녀의 총격 사건을 척척 해결해간다. 그 와중에 은밀히 숨어있던 범죄 조직도 찾아내게 된다.
돈 때문에 상대를 사랑하고, 돈으로라도 상대를 구속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심리를 모르겠다. 자신을
돈줄로밖에 보지 않는 상대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사랑할 수 있을까?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누군가는 죽어야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대가를 치러야했다. 과연 그 사랑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사랑에 가치를 매길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이야기에서는 의문이 들었다.
자신의 사랑이 그렇게 소중한 것처럼, 피해자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이었을 텐데 말이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처음으로 누군가 마음 아픈 이별을 하길 바랐다. 그래서 상처받고 깨지고 슬퍼
울길 바랐다. 그게 피해자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위로였다.
아, 이 소설은 미스 마플 드라마 시리즈에서 미리 보았는데, 다른 작품들처럼 원작과는 조금
달랐다. 하지만 원작은 원작대로,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꽤 재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