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의 할리 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설영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7월
평점 :
품절


  원제 - The Mysterious Mr.Quin, 1930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이 단편집은 참으로 독특한 설정을 갖고 있다. 여기에서 사건을 서술하고 해결하는 것은 새터드웨이트라는, 직감이 뛰어난 69살 된 노인이다. 꽤나 왕성한 사교 생활을 즐기고 있어서, 여기저기 안 끼는 데가 없는 편이다. 그가 어떤 예감이라고 할까 직감으로 무슨 일이 있겠다 내지는 있었다고 느끼면, 반드시 할리퀸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나이도, 사는 곳도, 연락처도 아무 것도 모르는, 심지어 할리퀸이라는 이름이 본명인지 의심스러운 이 남자는 단지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 갑자기 새터드웨이트의 복잡했던 머릿속이 스르르 정리가 되면서, 모든 상황을 파악하게 된다.

 

  할리퀸의 이론은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시간을 두고 지난 다음에 다시 바라보면 그 당시 깨닫지 못했던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당시 의미 없이 스쳐지나갔던 사소한 것들이라든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이, 대화를 통해 생각이 정리되어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새터드웨이트이고, 자신은 단지 옆에서 도움을 줄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새터드웨이트는 나름대로 자기가 사건을 정리하고 해결하지만, 결정적인 힌트를 주는 것은 할리퀸이라고 주장한다. 자기는 단지 기억과 묘사 그리고 전달을 잘 할 뿐이라고 한다.

 

  겸손한 것인지 상대방을 치켜세우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탐정이라 불리기 쑥스러워서인지 잘 모르겠다. 약간은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할리퀸과 직관력과 기억력이 뛰어난 새터드웨이트.

 

  두 사람은 매번 사건 현장에서 우연히 만나서 대화를 나눈다. 주로 할리퀸은 질문을 하고, 새터드웨이트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를 하는 편이다. 그러다가 새터드웨이트가 ‘앗! 알았다’라고 하여 사건이 해결되면, 할리퀸은 온데 간데 말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좋게 보면 신비로움을 간직한 사람이고, 나쁘게 보면 예의가 없는 남자이다.

 

  어떻게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지만, 언제나 만나면 참으로 반가워한다. 특히 새터드웨이트가 너무도 좋아한다. 어쩌면 무료하고 심심한 독신 생활에 할리퀸을 만나면 사건이 생기니, 삶의 활력소라고 생각하는 걸까?

 

  반면에 할리퀸은 그냥 담담한 편이다. 문득 그가 새터드웨이트를 교묘하게 조종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괜히 자기가 사건을 해결하면 이래저래 귀찮으니까, 나름 유명인사인 새터드웨이트에게 암시라든지 힌트를 적절하게 알려주는 게 아닐까?

 

  몇몇 사건들은 분위기가 참 애매모호했다. 특히 마지막 사건이 그러했다. 도대체 왜 그녀가 죽어야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새터드웨이트가 환상을 본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여섯 번째 이야기인 ‘바다에서 온 남자’는 읽으면서 너무 억지로 꿰어 맞춘다는 느낌도 들었다. 말이 안 되는 건 아닌데, 너무 우연의 남발이라……. 일곱 번째 이야기인 ‘어둠 속의 목소리’는 미스 마플이 나왔던 ‘예고살인 A Murder Is Announced, 1950’이 떠올랐다. 기본 설정이 비슷했다.

 

  논리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긴 하지만, 뭐랄까 약간 신비로우면서 모호한 분위기가 나에게는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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