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고 말 못하는 아기 돼지 네네
사비네 루드비히 글, 사비네 빌하름 그림, 유혜자 옮김 / 은나팔(현암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원제 - Die Geschichte vom kleinen Schwein, das nicht Nein sagen konnte (2012년)

  작가 - 사비네 루드비히

  그림 - 사비네 빌하름

 

 

 

  네네는 남에게 싫다는 말을 잘 못하는 아기 돼지이다. 그것이 집에서 무조건 착한 아이가 되라고 강요를 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소심해서 자기주장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면 괜히 남들과 의견을 달리해서 논쟁을 벌이거나 대화를 길게 하는 게 귀찮아서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책의 네네는 나이가 어리니까, 아마 그냥 어른들이 착한 아이가 되라고 해서 무조건 ‘네네’거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헐, 그러보니 이름도 네네다. 자식에게 저런 이름을 지은 부모의 작명 센스가 참…….

 

  그날도 네네는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싶어서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모자를 챙기고 튜브, 공, 수건 그리고 과자까지 챙겼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자기 마음대로 되는 법은 별로 없다. 시작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뽀뽀하고 가라는 엄마덕분에 버스를 놓치고, 강아지 때문에 비싼 튜브는 개시도 하기 전에 터져버렸다. 거기다 고양이에게는 모자를 강탈당하고, 너구리에게는 과자를 삥뜯겼다. 하지만 네네는 그런 동물 친구들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좋은 쪽으로 해석을 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결정적인 일이 벌어진다. 결국 네네는 폭발하고 마는데…….




   책을 읽으면서 화가 났다. 이건 착한 아이가 아니라, 그냥 호구잖아? 요즘은 착하면 바보 내지는 호구로 본다는 말이 있는데, 이 책의 주인공에게 딱 들어맞았다. 얘가 평소에 다른 동물들에게 얼마나 얕잡아보였으면, 집을 나서자마자 이렇게 당하고 사는 걸까? 남의 물건을 망가뜨리고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는 다른 동물들을 보면서, 그런 애들에게 뭐라고 말도 못하는 네네를 보면서, 혹시 이 마을의 아이들은 어디가 이상한 게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후반에 가서 결국 네네도 ‘싫어!’라고 말을 하게 된다. 하긴 그 정도로 당했는데도 아무 말도 못하면 그건 바보겠지……. 조카도 책을 읽으면서 ‘얘 이상해, 고모.’라고 인상을 찡그렸다. 결국 저렇게 당하기 전에 확실히 의사 표현을 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사과하지 않는 동물들을 보며 저런 예의 없는 짓은 하지 말자고 약속했다.

 

  나중에 보상해주면 모든 것이 무마될 거라고 생각하는 동물들의 사고방식이 어이없었다. 좀 심한 비유지만, 사람 찔러놓고 ‘미안해, 상처 치료해줄게.’라고 하면 끝나는 게 아니잖은가? 아이를 괴롭히고 ‘우린 장난이었어요, 보상해줄게요.’라고 하면 끝이 날까? 물론 거의 모든 것을 빼앗기고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는 네네의 사고방식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동화책이라 결말이 해피엔드이긴 하지만, 그냥 다 행복하게 살았다고 웃으면서 책을 덮을 수 없었다.

 

  그런데 각도를 조금 바꿔서 생각해보니, 달리 볼 수도 있었다. 어쩌면 이 책은 네네를 자기 자신에 대입시켜 당하는 피해자의 마음을 간접경험 해보게 만들어,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지 말자고 교훈을 주는 책일지도 모르겠다. 저렇게 당하면 속상하니까, 다른 친구를 괴롭히거나 다른 친구의 물건을 함부로 다루면 안 되겠다고 스스로 생각하게 하려는 의도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남을 도우면 언젠가 보답을 받는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을지도.

 

  아이들에게 무조건 친구들이 하자는 대로 다 따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잘 표현하는 걸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는 직접 부딪히고 겪어보지 못하면 모르는 문제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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