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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더 낫게 실패하라 - 위기의 순간을 사는 철학자들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9월
평점 :
부제 - 위기의 순간을 사는
철학자들
저자 - 이택광
제목과 내용이 잘 연결되지 않았던 책이다. 물론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철학은 실패에 대한 사유이고, 또다시 실패할지언정 다시 시도하기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본문과 제목의 관련성을 찾지 못했다.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있다.
우선 첫 번째는 ‘철학자의 세계를 여행하기 위한 약도’라는 제목으로, 20세기이후의 철학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까 요즘 한창 유행하는
주류 내지는 비주류에 관한 얘기이다. 음, 옛날 것도 헤매는데, 현재까지 보려니 뇌에서 과부하가 일어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것을
중시하는구나.’정도로만 간단하게 짚고 넘어갔다.
두 번째 부분은 ‘철학자들을 만나다’로, 저자가 세계 석학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적었다. 총 열 명의 외국 인사들이 소개되었는데, 우리가 죽은
다음 후손들이 철학 시간에 배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각각의 인물과 그들과 나눈 대화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슬라보예 지젝: 사유를 시작하라! - 제일 마음에 들었고, 웃어버린 문장이 있는 부분이었다.
자크 랑시에르: 몫 없는 자들의 몫으로 - 행동을 중시하는 느낌이 들었다.
지그문트 바우만: ‘2012년 현상’을 기억하라! - 자기가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지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가야트리 스피박: 정치적 행위자를 길러내는 교육 -교육과 욕망의 관계가 흥미로웠다.
피터 싱어: 다윈주의와 윤리적 삶 - 인간외의 존재에 대한 관심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이먼 크리츨리: 실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 음, 좀 혼란스러운 느낌.
그렉 렘버트: 누가 ‘영구평화’를 두려워하랴? - 남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고, 더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알베르토 토스카노: ‘평범한’ 마르크스주의 - 잘 모르겠다.
제이슨 바커: 진리는 훨씬 더 도전적이다 - 청년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 그림과 유머를 중시하는 그의 말에 조금
놀라웠다.
어떤 대화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책장을 술술 넘길 정도로 이해가 갔고, 또 다른 대화는 잠시 생각하기 위해 책장이 멈춰있기도 했다. 역시 철학은
어렵다. 하지만 음, 읽으면서 내가 모르는 부분을 깨닫기도 하고,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놀라기도 하고, 그러면서 생각을 확장시킬 수가
있다. 그게 오래 지속되지 못해서 문제지만.
아무래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대화라서 그런지, 현대 사회의 문제점이라든지 요즘 유행하는 과학기기에 대한 논의가 자주 나왔다. 한창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트위터같은 SNS의 무분별한 확산이나 ‘월 가를 점령하라’와 같은 시민들의 행동이 그 예이다.
가야트리 스피박의 ‘신기술을 이용하는 자들이 관건이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정치적 행위자와 주체가 그것을 조작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SNS는 해악이 가지 않는 선에서 인상적인 속도를 발휘한다는 말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또한 슬라보예 지젝의 ‘강력한
정보기관이 배후에서 민심을 조종한다거나 국가권력이 주도면밀하게 모든 것을 계획한다는 것은 강박적 상상’이라는 부분에서는 미안하지만,
크게 웃어버렸다.
올해 다시 인터뷰를 한다면, 국정원 댓글 알바 사건이나 선거 개입 같은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 알려준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다.
인간이란 재미있다고 일본 만화 ‘데스 노트’에 나오는 대사를 읊조릴까? 아니면 자신의 예상을 빗나가는 예가 발견되었다고 신나서 연구를
할까?
지젝이 한국 독자들에게 하는 말을 적으며, 리뷰를 마무리 지어야겠다.
‘사유를 시작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자동적으로 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종교만 해도 복잡하다. 내가 믿는 신이 다른 사람에게도 신일 수 없다. 서로 교환되지 않는다. 이런 걸 고민해야 한다. 호기심에 그치지
말고 전 생애에 대한 고민을 해볼 수 있다.’ -p.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