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
Frozen , 2013
감독 - 크리스 벅, 제니퍼 리
이번에 어머니랑 같이 본 영화다. 거의 매번 호러 영화만 보는 나와 달리, 조금만 긴장감이 흘러도
조마조마해서 못 보시는 분이라서……. 드라마를 보시다가도 주인공에게 위기가 닥칠 거 같으면 가슴 떨린다는 분이시니 뭐.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인간보다 더 자연스럽고 부드러우며, 엘사 같은 경우엔 여왕다운 기품마저 자르르
흘렀다. 컴퓨터로 만든 CG 주제에! 인간인 나도 없는 기품을! 그리고 디즈니 만화답게 노래도 좋아서, 길을 걷다보면 머릿속에서 나도 모르게
‘let it go~'하고 흘러나올 정도이다. 포털에는 여러 가수가 부른 다른 버전이 검색어에 올라오기도 하고 말이다.
다행히 어머니도 재미있다고 하셨다. 다른 때는 아무 말도 없었는데, 이번 것은 나중에 또 보고
싶다고 하셨다. 어머니 DVD 나올 때까지만 기다려주세요.
이야기는 간단하다. 얼음 마법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태어난 엘사. 어렸을 때는 동생 안나에게
마법으로 눈을 만들어주며 매우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실수로 동생을 다치게 하자, 그때부터 자신의 능력에 공포를 느끼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해 숨어산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여왕의 자리에 오른 날. 만난 지 하루밖에 안 된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동생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그만
그동안 꾹 억눌러왔던 그녀의 능력이 폭발하게 된다. 사람들을 피해 산에 올라 홀로 얼음궁전을 지어 숨기로 한 엘사. 언니가 그렇게 된 것은 자기
탓이라며 데리러 가겠다고 길을 떠나는 안나. 두 자매의 오해와 화해가 얼음이 휘몰아치는 왕국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번 이야기에서 마음에 든 부분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공주가 수동적으로 자신을 구하러 오는
왕자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왕자와의 사랑이 공주가 겪은 모든 고난을 보상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공주의 자존감 회복과
자아실현 그리고 가족 간의 화해가 공주들의 시련에 대한 대가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집안 좋은 남자 하나 골라잡아서 결혼하는 게 삶의 목표이자
행복의 완성이라는 기존의 공주 이야기와 달랐다. 엘사는 여왕으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왕국의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안나는 그런 언니를
도와 왕국에 활기를 불러 넣었다. 두 자매가 왕위 다툼 같은 걸 하지 않고, 내실을 탄탄히 다져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형제자매가 있다면 같이
보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얼어붙은 왕국을 되돌린 진실한 사랑은 가족애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부모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엘사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는커녕, 억누르고 숨기라고 강요받는다. 공포를 느끼면 느낄수록
더욱 더 커져가는 능력인데, 그때마다 부모는 무조건 숨기라고만 한다. 어째서 그들은 그랬을까? 차라리 긍정적으로 좋은 쪽으로 유도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안나 역시 언니 엘사의 능력을 숨기기 위해 폐쇄정책을 펼친 부모 때문에 제일 중요한 유년기와
사춘기 시절을 성에서 거의 혼자 지내다시피 했다. 그래서 엘사의 대관식 날, 자신에게 처음으로 잘해준 남자에게 반하고 말았다. 사람을 별로
대하지 못해서, 정이 그리워서 속아 넘어가기 쉬운 아이가 되어버렸다.
그녀를 보면서 집안에서 소외받는 둘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특히 큰 애가 너무 잘나 지나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거나, 반대로 장애를 가져 부모의 관심과 집중을 전적으로 받는 집안의 경우이다. 그 때 둘째는 자연스레 따로 떨어져 가족에게서
못 받은 정을 외부에서 받으려고 노력한다. 아니면 사고라도 일으켜서 관심을 받고자 할 때도 있다. 안나가 만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왕자와
결혼하겠다고 한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차라리 부모가 가족의 문제를 숨기지 않고 털어놓으며, 안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면 어땠을까? 언니가
이런 문제가 있으니까 옆에서 잘 도와달라고. 그러면 엘사도 두려움을 덜 느꼈고, 안나도 외로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처음 만난 왕자에게
나라의 전권을 위임하는 바보 같은 짓도 벌이지 않았을 테고 말이다. 도대체 공주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건지 모르겠다. 자칫하면 왕국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국적이 바뀔 뻔 했다. 다른 나라의 속국이 되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물론 그랬다면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았겠지. 그냥 현실에서 저런 문제가 있을 경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해본 것이다.
노래도 좋고 CG도 멋졌지만, 부모의 교육이 너무도 중요하게 다가온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