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와로 수사집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설영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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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Poirot Investigates, 1924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제목 그대로 포와로가 해결한 사건들을 모든 단편집이다. 물론 헤이스팅즈도 같이 나온다. 모두 14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그 중 두 개는 포와로가 헤이스팅즈에게 이런 일도 있었다면서 얘기해주는 형식이다. 열세 번째 이야기인 ‘잃어버린 광산’과 열네 번째인 ‘초콜릿 상자’가 바로 그것이다.

 

  거의 모든 이야기들은 포와로의 자화자찬, 다소 잘난척하는 면도 있지만 멋들어진 사건 해결, 회색 뇌세포를 쓰지 않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구박 그리고 헤이스팅즈의 열 받음과 해탈이 적절하게 버무려져있다. 그래도 포와로는 재수 없게 구박하는 게 아니라, 귀엽게 잘난 척하면서 구박하는 것이기에 그냥 넘어갈 수 있다. 물론 이건 내가 그의 팬이기에 다 좋아 보이는 걸지도 모르겠다. 싫어하는 인물이나 잘 모르는 사람이 비슷하게 행동한다면 흐음……. 헤이스팅즈가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영국의 살아있는 부처가 아닐까?

 

  몇몇 사건들의 트릭은 어디선가 읽은 느낌이 들었다. 크리스티의 다른 소설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의 책에서도 비슷한 트릭이 사용된 기억이 났다. ‘초컬릿 상자’는 ‘화요일 클럽의 살인 The Thirteen Problems, 1932’에서 나왔던 ‘성 베르도의 지문’ 트릭과 비슷했고, ‘사냥꾼 별장의 미스터리’는 ‘세 번째 여자 Third Girl, 1966’과 흡사했다. 그리고 ‘데이븐하임 씨의 실종’은 셜록 홈즈가 나오는 단편이, ‘마스던 장원의 비극’에서 범인이 밝혀지는 부분은 엘러리 퀸의 이야기와 기본 설정이 비슷했다. 물론 각자 전개 과정은 달랐지만, 그 순간만큼은 ‘어!’하면서 자연스레 그 소설들이 떠올랐다.

 

  출판년도가 20년대라, 당연히 독일은 적군이었다. 게다가 아일랜드 사람에 대한 이유 없는 편견이 드러나 있다. 수상이 납치당한 사건에서 운전수가 아일랜드 사람이라는 이유로 범인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모두가 생각한다.

 

  그 대목에서 ‘헐, 이런 어이없는 차별이!’라면서 혀를 차다가, 문득 우리나라를 떠올리니 남 욕할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도 만만찮으니까 말이다. 하여간 인간이란 국적, 나이, 성별, 종교, 정치적 신념, 학력 등등, 나와 다르다고 차별하거나 구별할 건더기를 못 찾아내서 혈안이 된 존재 같다. 어떻게든 뭐하나 꼬투리를 잡아서 선을 그어놓고 다르다는 것을 확인해야 안심하는 존재인가보다. 정작 자기 자신이 그 선 안쪽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주제에, 본인은 안쪽에 있다고 오해하고 안심하고 좋아한다. 바보같이.

 

  다시 소설 이야기로 돌아와서, 제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고르자면 ‘싸구려 아파트의 모험’을 택하겠다. 붉은 빛이 도는 금발에 약하다는 헤이스팅즈의 비밀이 폭로되기도 하고, 포와로가 잠복근무를 하는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현장 검증은 평범한 형사가 하는 것이라고 말하던 그였는데, 잠복근무라니! 그것도 밤샘으로!

 

  그리고 기발한 사건을 고르자면 음, ‘납치된 수상’을 말하겠다. 이른바 발상의 전환으로 사건을 해결한 경우니까 말이다. 사람들의 주의를 교묘하게 돌린 범인도 똘똘했지만, 그걸 알아차리고 올바른 방향으로 간 포와로도 대단했다. 잘난 척할만하다. 제일 뻔뻔스런 범인을 고르자면 ‘마스던 장원의 비밀’과 ‘이탈리아 귀족의 모험’에 나오는 사람들을 꼽을 수 있겠다. 엄청난 강심장의 소유자들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이야기들이 재미가 덜하다거나 트릭이 뻔하고 인물들의 개성이 밋밋하다는 건 아니다. 포와로가 나오는 이야기는 버릴 게 하나도 없다. 그의 마지막을 다룬 ‘커튼 Curtain : Hercule Poirot's Last Case, 1975’조차도 말이다. 아, 커튼을 생각하니 눈물이…….

 

  장편도 좋지만, 난 단편집이 너무 좋다. 다음 단편집 순서가 될 때를 두근거리면서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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