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치열한 무력을 -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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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본디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저자 - 사사키 아타루

 

 

 

  이제야 말하지만, 책을 읽기 전에 제목을 보고 어떤 내용일까 미리 추측해보는 버릇이 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해서 그런가? 미리 짐작해서 맞춰보고 맞으면 혼자 좋아하고, 틀리면 '오오!'하면서 놀라곤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과 부제를 보았을 때, 도대체 어떻게 이 조합이 이루어지는지 한참을 고민했다. 일본이 요즘 자위대를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데 그런 무력 武力 증강에 관한 문제를 철학적으로 논하는 내용일까? 그런데 표지에 그려진 책은 뭐지?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어딘지 이상하다. 뭔가 말이 미묘하게 어긋나고 있다. 내가 생각한 힘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아차'하고 깨달았다. 제목의 무력은 武力이 아니라, 無力이었다. 하아, 어쩐지 내용이 이상하더라. 일본어를 못하기 때문에, 제목이 영어로 적힌 일본어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한자로 된 원제목도 적혀있지 않았다. 결국 다시 책을 읽어야했다.

 

  사사키 아타루라는 이름은 이번에 처음 접했다. 일본에서는 떠오르는 철학가이자 작가라고 한다. 이 책은 2011년부터 그가 참석한 강연이나 좌담회 등을 엮은 것이다. 그래서 그가 예전에 낸 책에 관한 언급이 종종 나온다. 하지만 난 여기서 이름을 처음 들었으니 책을 읽어봤을 리가 없다. 거기다 그와 같이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도 역시 처음……. 그래서 어떤 한 작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할 때는 그냥 머리 굴리지 않고 가만히 읽기만 했다. 무슨 말인지 모를 때는 잠자코 있는 게 제일이다. 괜히 이것저것 생각하고 추측하다가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저자는 2011년 3월에 있었던 대지진 이후, 일본 사람들이 무력감에 빠졌다고 얘기한다. 하긴 그 정도 재난을 접하면, 사람들은 대자연의 위력을 느끼고 인간이란 얼마나 작고 하찮은 존재냐고 생각할 만하다. 그래서 그 무력감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철학과 소설의 역할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어떤 부분은 크게 감명을 받으면서 존경의 눈빛을 보내기도 했고, 또 다른 부분은 위에서도 말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서 그냥 글자만 읽기도 했다. 나중에 다시 읽으면 그 때는 잘 이해가 갈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우리의 제정신을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가르쳐달라'를 요약한 기본 주기 21개는 간단명료하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적어둔 부분이다. 그런데 저 제목, 어딘지 어색하지 않은가? '우리가 제정신으로'라고 해야 문맥상 더 맞을 것 같다. 하여간, 저 부분에서 21번째가 마음에 들었다.

 

  문학이나 예술이 무력하다는 뻔한 말을 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우리는 훌륭하게 '제조'되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우리를 만든 사람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작품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 이 참화의 나날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음을. -p.181~182

 

  제목처럼 무척이나 치열하게 글을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살아있다는 증명을 하기 위해, 무가치한 삶을 살지 않았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 창작 활동을 한다는 생각 자체가 참으로 치열했다. 그냥 취미삼아서, 어쩌다보니 하는 게 아니었다. 내 삶의 흔적이란, 그야말로 내 존재의 증명과 비슷한 말이었다.

 

  저자의 언어에 대한 생각도 꽤나 신선했다. 언어와 이미지를 그런 식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게 재미있었다. 또한 책을 다르게 읽는다는 말도 공감이 갔다. 책이란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달라지니까.

 

  저자와 다른 사람들이 소설과 철학에 대해 말하는 부분은 참으로 좋았다. '소설을 쓰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누군가가 되는 모험이다.' 라는 소제목도 특히 마음에 들었다. '아, 맞다. 그렇게 볼 수도 있구나.'라는 느낌이 팍 왔다. 작가가 그런 모험을 하니까, 읽는 독자도 같이 동참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글이란, 작가와 독자가 서로 교감을 할 수 있는 통로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이 책은 천천히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 때는 지금보다 여유 있게 이것저것 생각을 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말했다시피, 책은 읽을 때마다 내가 받아들이는 폭과 느낌이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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