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he Dyatlov Pass Incident, 2013

  감독 - 레니 할린

  출연 - 젬마 앳킨슨, 리차드 리드, 맷 스토코우

 

 

  1959년 2월, 러시아 등반대 아홉 명이 우랄 산맥을 등반하던 중 모두 시체로 발견되는 디아틀로프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 추운 겨울 산맥에서 왜 몇 명은 옷을 벗고 있었는지, 왜 또 다른 이들에게서는 방사능이 검출되었고 상처투성이인지 아무도 이유를 알 수가 없어 결국 미스터리로 남게 되었단다.

 

  영화는 그 사건에 호기심을 가진 대학생 다섯 명의 인터뷰 화면으로 시작한다. 50년 전의 사건 설명과 왜 그곳을 가려하는지 이유나 각오 등등을 밝힌다. 그리고 화면이 바뀌면서 뉴스 속보를 보여준다. 등반에 나선 다섯 명의 대학생이 실종되어, 수색 작업이 한창이라는 내용이었다.

 

  영화는 그들이 찍는 카메라의 화면만을 통해 모든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화면밖에 있는 것들, 특히 소리에 집중해야한다. 그래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추측할 수 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말이 뭔지 알 수 있는 영화였다. 초반에 무수히 뿌려진 떡밥을 까먹지 말고 있어야, 후반에 나오는 장면들을 이해할 수 있다.

 

  영화의 전반은 ‘블레어 위치 The Blair Witch Project, 1999’ 같은 분위기였다. 역사적 사건이 있던 곳으로 가는 두려움과 설렘, 앞으로 있을 일들에 대한 불안함과 기대 그리고 낯선 곳에서의 두근거림이 교차하면서 다섯 명의 학생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그러면서 영화는 간간이 자잘한 사고를 보여주면서, 앞으로의 일이 평탄하지는 않을 거라는 암시를 준다. 또한 여러 일을 겪으면서 일어나는 등반대원간의 갈등과 분열도 보여준다.

 

  하긴 날은 춥고, 주위에 사람은 자기들밖에 없는데 이상한 일은 자꾸 생기고 그러면 무서움이 점점 커질 것이다. 사건을 파헤쳐보겠다는 의욕보다 자기들도 무슨 일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밖에는 들지 않을 것이다.

 

  후반은 분위기를 확 바꿔서 ‘엑스 파일 The X-Files, 1993’같은 느낌이었다. 스포일러가 될 게 뻔해서 자세히는 적지 않겠지만, 평소 엑스 파일이 어떤 내용을 다뤘는지 아는 사람은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그래서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얘기가 왜 이런 식으로 흐르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할 수도 있고. 물론 나처럼 그런 취향인 사람은 ‘오오!’하면서 좋아할 것이다. ‘이렇게 연결시키다니 색다르구나!’ 막 이러면서 말이다.

 

  그런데 얘들은 도대체 말도 안 통하는 곳으로 가면서, 왜 현지 가이드 하나 데리고 다니지 않은 걸까? 아니면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외국어를 좀 공부하든지 그것도 아니면 그 나라 회화 책이라도 들고 다니면서 무슨 말인지 알아봐야하는 거 아닌가? 아니면 스마트 폰에 번역해주는 어플이라도 하나 깔던가. 그랬으면 하다못해 아무데나 문 열고 들어가서 위험에 빠지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아, 그렇게 하면 영화가 재미가 없어지려나?

 

  이 영화의 감독은 레니 할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꽤나 이름을 날렸던 감독이었다. ‘클리프 행어 Cliffhanger, 1993’나 ‘다이 하드 2 Die Hard 2,1990’ 등등. 몇 년이 아니라 몇 십 년인가……. 하지만 최근에는 별로 이름을 들을 수 없었는데, 이번 작품을 개봉하면서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예전에 재미나게 보았던 작품들과 이번 영화는 좀 분위기가 달랐다. 그냥 카메라가 가는 데로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면서 즐기던 액션장면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이것저것 주의 깊게 보면서 추측해야했다.

 

  실종 대학생들이 러시아의 마을에서 만난 할머니의 ‘남의 말을 믿는가 아니면 자신이 본 것을 믿느냐’는 질문이 의미심장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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