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노만 - 한국어 더빙 수록
샘 펠 외 감독, 안나 켄드릭 외 목소리 / 유니버설픽쳐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원제 - Paranorman , 2012

  감독 - 샘 펠, 크리스 버틀러



  막내 조카와 같이 본다는 명목이지만 순전히 내 취향으로 고른 어린이용 만화영화. 애한테 무서운 거 보여준다고 어머니에게 잔소리를 좀 들었다. 아니, 어머니 이거 어린이용이라니까요? 단지 귀신이 나오고 좀비가 나오고 마녀가 나올 뿐이지요. 그런데 조카도 무섭다고 했다. 헐……. 얘야, 네 누나는 네 나이만할 때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The Nightmare Before Christmas , 1993'을 좋아라하면서 봤단다. 하긴 그 때문인지 그 녀석은 스무 살이 넘은 지금도 밤에 무섭다고 혼자 잘 안 나가려고 하지……. 고모가 미안해.


  노만은 귀신을 볼 뿐 아니라 대화까지 가능한 소년이다. 그리고 가끔 이상한 환상을 보기도 한다.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 심지어 그의 가족까지 다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를 괴상하고 소름끼친다고 꺼리거나 괴롭히기 일쑤이다.


  한편 그 마을에는 몇 백 년 전에 죽은 마녀가 있었다. 지금은 다들 잊고 있지만, 그녀가 죽기 전에 내린 저주가 하나 있었다. 마녀가 깨어나는 날, 죽은 자들이 돌아와 마을을 점령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노만은 그 날이 바로 오늘이고, 그것을 막을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는 생각할 것을 던져준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남을 무시하고 괴롭히는 게 당연한가? 단지 외모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영화에서 노만을 유일하게 인정한 인물은 닐밖에 없었다. 그 소년은 순수하게 노만의 능력에 감탄하며 다가왔다. 도와달라고, 죽은 자신의 애견과 놀 수 있게 해달라며 다가왔다. 닐에게 노만은 자신과 달라 두려워할 존재가 아니라, 자신과 달라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였다.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은 노만을 두려워하다가, 급기야 해가 되는 존재라며 죽이자고 난리를 피웠다. 고작 열한 살밖에 안 되는 꼬마아이를 말이다.


  그런 부분은 좀비가 나타나는 장면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난다. 모든 매체에서 좀비는 인간을 잡아먹으려는 존재로 사람들을 세뇌시켰기에, 이 영화에서도 사람들은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에 걸맞은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들의 생각과 많이 달랐다.


  사람들은 자신과 남들이 다르다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 내가 남들과 다른 것도 어딘지 어색하고, 누군가 내가 속한 무리와 다른 것도 어쩐지 보기에 꺼림칙하다. 자신이 못하는 것을 하는 이에 대한 질투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그런 꺼림칙이 발전하여 불안함이 되고, 두려움으로 바뀌며 공포가 되어버린다. 영화에서는 그런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의 광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군중 심리라고 해야 할까? 그 장면이 꽤나 무서웠다. 좀비나 마녀보다 훨씬 더 무서운 인간들이었다.


  어른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교훈적이고 인간에 대해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 영화였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디즈니의 예쁜 그림체와 일본 만화의 빠른 전개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별로 끌리지 않을 구성이었다. 사실 영화 중간의 도서관 장면이 어색하면서 늘어지는 느낌이 들긴 했다.


  문득 노만이 그 마을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자신을 죽이자고 하던 사람들인데? 닐과 노만은 예전처럼 친하게 지낼 수 있겠지만, 다른 이들과는 잘 모르겠다.

  

  중간에 닐이 놀자며 노만에게 오는데, 하키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 아, 할로윈의 마이크 마이어스! 게다가 혼자서 책을 찾으러 갔던 노만이 휴대전화를 켜서 랜턴대신 사용하는 장면에서는 그냥 웃음이 나왔다. 하긴 21세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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