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8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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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urder on the Links, 1923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포와로와 헤이스팅즈가 나오는 두 번째 소설이기도 하고, 크리스티가 세 번째로 내놓은 작품이다. 그래서 초반에는 헤이스팅즈가 바라본 포와로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이 나오고 있다. 토스트용 빵이 사각형도 아니고 삼각형도 원형도 아니라며 툴툴대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물론 내가 그 투덜거림을 들어주는 입장이라면 화가 났을지도 모르지만.


  포와로는 스타일즈 사건 이후 유명해져 여러 의뢰가 들어오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흥미 있는 사건이 없다고 툴툴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프랑스에서 온 편지 한 통이 그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다 알면서도 속아준다는 태도로 포와로는 헤이스팅즈를 데리고 바다를 건너간다. 하지만 이럴 수가! 그가 도착했을 때 도움을 요청했던 남자는 이미 살해된 뒤였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포와로는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하는데…….


  사건은 프랑스와 영국을 오가고, 20년 전에 있었던 범죄와 현재가 얽히면서 복잡하게 흘러간다. 게다가 앙숙인 두 나라, 영국과 프랑스의 미묘한 자존심 대결까지! 물론 포와로는 영국인이 아니라 벨기에 사람이지만, 프랑스 형사의 태도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한방 먹여줄 생각을 한다.


  불쌍한 지로. 그는 여기서 촉망받는 프랑스의 명 형사로 나온다. 하지만 초면에 영국인이라며 헤이스팅즈를 대놓고 무시하고 경멸하는 태도를 보이고, 포와로를 늙은 퇴물 취급한다. 읽으면서 화가 다 날 지경이었다. 아니, 듣보잡인 네놈이 감히 나의 포와로를? 나중에 포와로에게 밀려 기가 팍 죽은 모습을 보니 1나노그램 정도 안쓰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흥이다. 어딜 감히 포와로를 무시해?


  이번 이야기에서 헤이스팅즈는 너무도 큰 활약을 보여준다. 좋은 의미이기도 하고 나쁜 의미기이도 하다. 그는 여자의 애교에 넘어가서 사건 현장을 멋대로 보여준다거나,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기도 한다. 거기다 오며가며 만난 여자들, 특히 예쁜 여자에게는 다 관심과 호의를 품는다. 그래서 포와로에게 혼도 나고 되레 화를 내기도 하는, 심한 감정의 기복을 보여준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까먹었지만, 포와로가 그에게 여자를 조심하라는 뉘앙스로 충고를 했던 게 기억났다. 음, 이때부터 그런 조짐이 있었구나.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헤이스팅즈가 글의 내레이션을 맡은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남을 잘 의심하지 않는 그가 사건을 서술하니까, 독자를 혼란에 빠트릴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포와로가 서술을 했다면, 이것도 이상하고 저것도 이상하고 모든 것을 다 의심의 눈초리로 보았을 것이다. 그러면 독자들이 범인을 찾기가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후반의 반전도 없을 것이고 말이다. 순진한 헤이스팅즈니까 포와로의 속임수에도 잘 넘어가서 막판에 나오는 반전의 묘미를 더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게 아닐까? 음, 읽으면서 여자에게 약하다고 화내서 미안해요 헤이스팅즈.


  그나저나 여기서도 포와로는 듀오 매니저 역할을 제대로 한다. 헤이스팅즈를 결혼시킨 것이다! 아니 잠깐만! 이 책이 포와로가 나오는 두 번째 이야기니까, 그는 오래 전부터 투 잡을 뛴 셈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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