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다와 마법의 숲
브렌다 채프먼 외 감독, 엠마 톰슨 외 목소리 / 월트디즈니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원제 - Brave , 2012

  감독 - 마크 앤드류스, 브렌다 챕먼



  오랜만에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면서 잃어버렸던 동심도 되찾고, 연말에 훈훈함도 느껴보기 위해 고른 영화이다. 디즈니에서 만든 작품답게 교훈적인 내용과 웃음이 적절하게 버무려져있고,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다 개성 넘치면서 귀여웠다. 거기에 픽사의 기술력은 그야말로 감탄 그 자체였다. 특히 메리다의 그 빨간 솜뭉치 같은 머리카락 한 가닥 한 가닥의 곱실거림이 확실히 느껴질 정도였다.


  어린이에게 적합한 내용이기에 복잡한 구성이나 치밀한 심리 묘사는 없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그냥 주인공 메리다를 따라가면서 ‘그러면 안 되지!’라든지 ‘귀여워!’ 또는 ‘어떡해!’ 내지는 ‘다행이다.’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몇몇 부분에서는 설명이 부족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어린이 관객을 자리에 잡아두려면, 너무 길면 안 되니까 잘라버린 것 같다.


  메리다는 용맹한 애처가 아버지와 자상하고 현명한 어머니 그리고 말썽꾸러기 세쌍둥이 남동생을 둔 공주이다. 말을 타고 산과 들을 누비고, 암벽등반도 하고, 활쏘기를 즐기며 살던 그녀에게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바로 동맹을 맺은 세 나라의 왕자 중 한 명과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날이후 말 타기와 활쏘기는 금지되고, 그녀는 어머니 밑에서 공주가 가져야할 몸가짐과 예의범절을 배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메리다는 누군가와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것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에 분노하고, 어머니와의 갈등은 깊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숲에서 마녀를 만나 사람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마법의 약을 얻는다. 하지만 마음을 바꾸기는커녕, 어이없게도 어머니가 곰으로 변하고 만다. 곰 사냥을 하려는 사람들을 피해 메리다는 어머니 곰과 성을 빠져나온다. 그리고 저주를 풀기위해 둘은 마녀를 찾아가는데…….


  아마 모계 사회인 것 같다, 메리다가 사는 왕국은. 왜냐하면 중요한 결정을 어머니가 하기 때문이다. 동맹국의 사람들도 어머니가 어디 있는지, 그녀의 결정이 무엇인지 더 알려고 하고. 무엇보다 메리다와 결혼하는 왕자가 왕국을 이어받기 때문이다. 모계사회가 아니라면, 메리다의 동생 중의 하나가 이어받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그녀의 결혼이 무척이나 중요한 문제였던 것같다.


  영화를 보면서, 저런 신랑 후보라면 트럭 째 줘도 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색이 왕자라면서 용기나 결단력, 활쏘기, 외모 등등 무엇 하나 메리다보다 나은 게 없었다. 동화에 나오는 멋진 왕자님 따위는 이 세계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다른 작품과 달리 메리다는 잘 생긴 왕자님의 도움을 받아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오직 그녀 자신의 능력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물론 곰이 된 어머니나 동생들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말이다.


  또한 대개 다른 작품들이 왕자와 결혼한 주인공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끝이 나는데 비해서, 이 영화는 그녀가 말을 타고 어머니와 함께 자신의 나라를 뛰어다니는 것으로 끝이 난다. 아마도 그녀는 용감하고 아름다운 여왕이 되어 자신의 나라를 현명하게 다스릴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한다.


  그런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남자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소녀라니! 동화 세계에서는 보기 드문 당찬 주인공이었다.


  또한 갈등의 골이 깊어진 가족이 화해하는 과정 역시 감동적이었다. 자기주장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고 배려하는 것만이 갈등의 폭을 좁힐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어른이라고 무조건 권위를 내세울 수 없다는 것과 어리다고 모든 것이 용서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말하고 있다.


  검색을 하다가 영화 광고를 보니 엄마와 딸이 보면 좋다고 하는데, 아빠와 아들이 봐도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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