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갯벌의 비밀을 들려줄게 쉿! 시리즈 1
노경수.남현우 글.사진, 이효실 그림, 최재천 감수 / 청어람주니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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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노경수

  사진 - 남현우

  그림 - 이효실

  감수 - 최재천



  아이들에게 읽힐만한, 갯벌에 관한 간단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갯벌에 사는 동물 약간 나오고, 식물 좀 등장하고, 갯벌이 뭔지 설명하는 게 다일거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완벽하게 어긋났다.


  이 책은 단순한 어린이용이 아닌, 한국 갯벌에 대한 생태 조사서였다. 풍부한 사진과 그림,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설명이 어른들이 보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왜 내가 어릴 적에는 이런 멋진 책이 나오지 않았을까? 요즘 애들은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 좋은 세상이 된 만큼 공부해야할 양은 늘어났지만 말이다.




  책은 우선 갯벌이 무엇인지 얘기한다.


  어떻게 왜 갯벌이 형성되는지 다루면서, 밀물과 썰물 현상까지 나온다. 그리고 자연스레 퇴적 작용이라든지 달과 지구의 관계에까지 범위는 다다른다. 어릴 적에 과학 시간에 어려운 용어라고 생각했던 것들인데, 이 책에서는 그것들을 알기 쉽게 풀이했다.


  세계 5대 갯벌 지역에 우리나라의 서해 갯벌이 들어간다는 사실은 여기서 처음 알았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단다.




  갯벌이 무엇인지 알았으면, 그곳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아볼 차례이다. 두 번째 장에서는 갯벌에 살고 있는 생명체에 대해 배운다.


  그렇게 다양하고 많은 종류가 살고 있는 줄은 몰랐다. 기껏해야 조개랑 게랑 지렁이만 산다고 생각했는데, 조개도 종류가 많았고, 게도 지렁이도 바다 식물도 다양했다. 그 뿐이 아니라, 그것들을 먹고 사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새도 많았다. 아, 난 진짜 과학을 싫어했거나 주위 생명체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나보다. 어떻게 된 게 다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그건 책을 본 조카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게 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단 말이야?”라면서 놀라워했다. 왜 자기는 한 번도 보지 못했냐고, 여름에 꼭 책에 나온 갯벌에 가야한다고 난리를 피웠다.


  갯벌에 대해 알고 거기에 사는 생물에 대해 배웠으면, 이제 갯벌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배울 순서이다. 세 번째 장에서는 인간과 갯벌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어떻게 갯벌을 이용하고 거기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등등. 중요한 것은 갯벌을 인간의 편의에 맞춰서 개조해서 이용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두면서 필요한 것을 얻는 점이었다. 자연을 인간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에 맞추는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네 번째 장에서는 한국에 있는 갯벌의 지역별 소개와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각각의 위치와 체험관의 전화번호까지 적어주어, 여름에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각 지역 갯벌의 특징도 곁들여있어, 미리 알고 가면 좋을 것 같았다.


  다섯 번째 장은 갯벌이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갯벌이 우리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몇 년 전에 있었던 기름 유출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 때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갯벌의 입을 통해 들어보니, 생각보다 심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카도 자기 입에 기름이 덕지덕지 묻는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 뒤를 이은 여섯 번째 장은 갯벌을 살리자는 말을 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하고,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자는 취지였다. 맞는 말이다. 갯벌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생명체를 위한 삶의 공간이니 말이다. 남의 주거지를 침범하면 안 되는 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을 예고도 없이 부순다고 하면 얼마나 황당할까? 내 집이 소중하면, 다른 존재의 집도 소중한 법이다. 지구엔 우리만 사는 게 아니니까.


  일곱 번째 장은 모래 언덕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사막에만 있는 줄 알았던 모래 언덕이 한국에도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냥 머드팩축제나 열리고 조개 몇 개, 게 몇 마리만 사는 곳이라 여겼던 갯벌이 보기보다 많은 생명체들의 거주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풍부한 사진과 그림으로 다양한 생물들의 모습을 보여주어, 글자로만 읽는 것보다 더 와 닿은 느낌이었다. 단순히 여름에 놀러가기 전에 읽으면 괜찮겠다던 안일한 생각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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