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주인자리 네오픽션 로맨스클럽 2
신아인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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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신아인



  나만 그럴지 모르겠지만, 소설을 읽을 때 기본 설정이나 글의 구성이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면 진도 나가기가 힘들어진다. 뭔가 거슬리는 것이 마치 거스러미가 생긴 것 같다. 의식하건 안하건 나도 모르게 손이 가고 신경이 가는 그런 것이 책을 읽는 내내 느껴졌다.


  신우는 그의 두 동생인 이엘과 승윤과 같이 1918년 무오년에 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의 영향으로 뱀파이어가 되었다. 그의 조카인 유민 역시 뱀파이어인데, 그녀는 아버지 준수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 그녀가 죽을병에 걸려 사경을 헤맬 때, 준수는 딸을 살리기 위해 뱀파이어인 형 신우의 피를 주입했다. 그 때문에 유민은 뱀파이어가 되었고 자신을 그렇게 만든 아버지를 증오했다.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 형제와 한 명의 소녀는 서로를 증오하는 마음과 죄책감 그리고 인간의 피를 먹자는 의견과 그러지 말자는 의견으로 나뉘어 반목하고 동시에 걱정하며 살아왔다. 그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다시 인간이 되는 것이었다.


  한편 어릴 적 기억 없이 고아원에서 정체모를 사람의 후원으로 자란 수안. 그녀는 준수가 운영하는 거대 향수 회사 헤라에서 근무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산타라 이름붙인 자신의 후원자에게서 맡았던 향기를 향수로 만들기로 한다. 희미하게 남아있지만 잊을 수 없는 그의 향. 그런데 우연히 신우와 스치듯 지나간 그녀는, 그에게서 산타의 향을 맡는다.


  신우 역시 수안의 피가 죽어가던 식물에게 생기를 주는 것을 보고, 혹시 그녀가 자신들을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게 아닐까 의심한다. 그녀의 능력을 알고 있는 진짜 산타였던 이엘은 신우가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 하지만, 수안의 마음은 이미 그에게 향해있는데……. 게다가 준수마저 그녀의 존재를 알아차리면서 사태는 급박하게 변해간다.


  읽다가 ‘응?’하고 고개를 갸웃거린 것은 준수에 대한 설명 부분이었다.


  그는 뱀파이어가 아니라고 나온다. 그러면 그 당시 유민이라는 열 살 먹은 어린 딸이 있었으니, 아무리 어리게 잡아도 스물다섯 살은 넘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적어도 백 스물다섯 살. 그런데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을 한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신우와 이엘을 외부에는 아들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아무리 과학 기술의 도움을 받고 자기 관리에 철저했다고 해도, ‘그렇구나.’라고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었다. 승윤이 후반에 실험의 부작용으로 순식간에 백 년에 가까운 세월을 정통으로 맞은 상황을 보면, 의문은 계속된다. 승윤이 자기 관리를 안했다고 여기면 그럭저럭 넘어가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상하다.


  게다가 준수를 설명하면서 작가는 이런 표현을 한다. 똑같이 백년을 살았는데, 왜 그에게만?


  준수는 세월과 함께 연륜을 먹은 노인이었다. 같은 세월을 살았지만 그에게 농익은 해안이 있었다. 젊은이의 몸에 여물지 않은 치기를 담아 살던 형들과 다른 대목이었다. -p.165

  한 세기를 묵은 노인의 처세라는 것은 악마의 술수에 비할 만한 것이었다. -p.202


  그 다음으로 인상을 찌푸린 이유는 주인공의 감정선이었다.


  로맨스를 읽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주인공에 자신을 대입해서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세상에 없을 멋진 남자가 자신을 사랑하는 상황에 빠져서, 같이 웃고 울고 마음 아파하고 설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수안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뭐야, 왜 이래?’라는 생각만 들 뿐, ‘큰일이야, 어떡해…….’하는 마음이 들진 않았다.


  수안의 감정이 들쑥날쑥, 제멋대로 널뛰는 느낌이었다. 산타라는 존재에 집착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감정을 갖고 있는 것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그러다 향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신우에게 호기심을 갖는다. 그에 위기감을 느낀 이엘이 자신이 산타라고 밝히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너무 젊어요. 황당하다. 그렇게 따지면 신우도 별로 차이가 안 나는 나이인데? 둘은 쌍둥이라고 나오는데, 누구는 너무 젊어서 산타가 아니고 누구는 산타다?


  그리고 신우가 자신을 이용하려 접근했다는 것을 안 이후에도, 그녀는 징징대면서 그에게 매달린다. 이건 좋아한다는 자신의 감정을 앞세워 남에게 무작정 들이대는 스타일이다. 상대에 대한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유아기적인 사고방식이이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소유욕이다. 막말로 상대방이 좋아한다고 해서 받아들여야한다는 법은 없다. 그렇게 해야 한다면, 이 세상에 첫사랑에 실패하는 사람이나 스토커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한다고 다가오면 다 받아줘야 할 테니까 말이다.


  수완은 자신의 감정을 방패로, 사랑한다는 말을 칼로 쥐고 극단의 행동까지 취한다.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으며 이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이라고 상대를 압박한다. 마치 네가 만나주지 않으면 다리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협박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걸 보고 날 진짜 사랑하는 구나라고 느낄까 아니면 진상이라고 생각할까? 난 진상이라고 여길 것 같다. 


  거기다 그녀의 이 대사는 읽으면서 이건 뭐지라는 생각과 함께 멍해졌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 건 당신이 인간이어서가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어서예요.” -p.360


  아가씨, 댁이 사랑에 빠진 남자는 인간이 아니라니까요. 그 전에 이미 말했잖아요. 그런데 뱀파이어라는 거 알면서 저렇게 말하면, 상대가 기분 나빠해요. 다른 남자와 헷갈리는 줄 안다고요. 개그 콘서트의 한 코너에서처럼, ‘너 낯설다. 다른 남자들에게 그런 말 많이 해보셨나 봐요?’라는 대답이 나올 수 있다고요.


  덕분에 어떻게 보면 신우의 감정은 앙탈부리는 어린 꼬마에게 휘둘리는 것 같지, 사랑하는 남자로 보이지 않았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는 대사를 적었다고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냥 어린애 달래느라 다 들어주겠노라 하는 것 같다. 게다가 그 어린이가 사실 성인이어서 아청법에 상관없이 붕가붕가까지 할 수 있다면…….


   사건의 설정은 괜찮은데, 인물 설정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덕분에 사건까지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소설이 즐거움보다는 황당함과 짜증으로 다가왔다. 자음과 모음 리뷰단 2013년 마지막 도서인데,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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