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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의 목적
다나베 세이코 지음, 조찬희 옮김 / 단숨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원제 - ベットの思惑
(2011년)
작가 - 다나베 세이코
읽으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공감을 시작으로 ‘헐 대박’이라는 놀라움에다가, 질투에 이어지는 가슴 한편으로는 훈훈함,
거기에다가 ‘나쁜 개새X!’하는 욕도 튀어나왔다. 책을 읽는 약 두 시간 동안, 내 기분과 함께 얼굴 표정도 다양하게 변했다.
서른한 살의 와다 아카리, 드디어 자기만의 작은 원룸을 하나 얻었다. 그동안 이런저런 남자들을 만나봤지만 신통치 않았던 그녀, 이번에야말로
괜찮은 남자를 만나보겠노라 결심한다. ‘남자를 잘 이해하고 내조 잘하는 여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그녀는 충동적으로 침대 하나를 산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침대에서 마음이 맞는 남자와 함께 있는 꿈을 꾼다. 책에 나온 표현을 빌면,
‘정성 들인 침대에서는 정성
들인 정사를’ 인 것이다.
그리고 그녀 앞에 나타난 세 명의 남자.
몇 년 전에 만났다가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던 야마무라 후미오. 하지만 예전의 순진하고 풋풋한 모습이 아닌, 능글맞으면서 말 잘하는 남자가 되어
있었다. 와다는 어쩐지 섹스만 원하는 그에게 예전 같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같은 회사에 다니는 한 살 어린 우메모토. 요리 잘하고 싹싹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그에게서는 성적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죽이 잘 맞는
오랜 친구 같은 느낌.
마지막으로 원룸 맞은편에 있는 학원의 강사인 요시자키 규타. 첫 만남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솔직하다 못해 돌직구를 날리는, 말주변이 없는 그가
밉지는 않다.
책은 주인공과 그녀의 절친 요시코, 세 남자 그리고 다른 지인들과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빵 터질 정도로 솔직하고 재미난 표현도
있고, 우리와는 다른 문화라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도 있다. 그런데 그걸 말하면 후반부의 스포를 해버릴 것
같아서 패스하겠다. 말하자면 안알랴줌이다.
어쩌면 이 책에 나오는 남자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자들의 대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말 잘하고 분위기메이커면서 바람둥이 기질이
있는 남자, 우직하고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남자, 말주변이 없다보니 사서 오해를 받는 남자, 그리고 틈만 나면 여자를 호텔로 데려가고 싶은
유부남.
나쁜 개새X라는 말이 나온 부분은 유부남과 ‘결혼은 처녀랑, 연애는 말 통하는 여자랑’이라는 주의를 갖고 있는 남자가 나오는 장면이었다.
특히 유부남 새X는 ‘사랑이 있으니까 결혼을 안 하는 거지, 나처럼 부자도 아니고 젊지도 않은 남자랑 결혼
같은 걸 한다면 젊은 처자가 얼마나 가엽겠어, 그런 부분까지 생각했기 때문에 책임져야 할 일이 티끌만큼도 없을 때 끝내자는 거라고. 사랑이
없다면 그거야 당연히 결혼해야지-p.171’ 라는 이상한 논리를 펼치고 있다.
와, 읽으면서 진짜 어디 가서 굶어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패주고 싶었다. 뭐, 이런 개 같은 논리가
있어?
책의 표현들은 직설적이면서 상당히 감각적이고 참신했다. 작가가 1928년생이라는 걸 생각하면, 대단하다는 감탄이 앞선다. 그러면 이 책을 82살
때 냈다는 말이잖아! 헐, 대박! 우리 엄마보다 훨씬 많아! 어쩌면 그렇기에 거리낌 없이 돌직구를 날릴 수 있고,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엄마도 가끔 보면, 내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니까. 나이가 들면 그런 게 가능해지는
걸까?
주인공은 꼭 남자를 잡아야한다고 구질구질하게 매달리거나 남자나 섹스에 굶주린 사람처럼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도도하고 자존심만 세우는 것도
아니다. 적당하게 균형을 이루면서, 많은 생각과 느낌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내가 갖긴 아쉽고 남 주기는 아까운 마음을
절실히 느끼기도 하지만, 그걸 티내서 모든 걸 망가뜨리지도 않는다. 포기가 쉽다고도 볼 수 있지만, 내 손을 떠난 것에 미련을 갖지 않는다.
그런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결말은 해피엔드의 분위기로 흘러간다. 사실 남녀 사이는 결혼식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모른다고 하지만, 아마 그럴 거라 추측해본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들었던 문장을 적어본다.
‘중년의 주장이 있는데다가 세상의 단맛 쓴맛을 아는 여자가
어쩌다 가여워 보이잖아요? 그런 모습이 남자의 마음을 떨리게 해요…….’ -p.312
‘서로 웃을 수 있는 사이란 남녀 관계 중에서도 동그라미를 두
개 칠 만큼 좋은 사이가 아닐까. 최악의 사이는 물론 서로 우는 사이겠지. 그것보다 나은 것은 서로 화내는
사이다.’-p.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