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천재적인
베네딕트 웰스 지음, 염정용 옮김 / 단숨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원제 - Fast Genial, 2011

  작가 - 베네딕트 웰스



  '굿 윌 헌팅 Good Will Hunting, 1997'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였지만, 그것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살아가던 윌의 이야기였다. 우연히 그의 천재성을 발견한 교수와의 만남과 언제나 자신을 믿어주는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달으며, 그는 성장해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영화가 떠올랐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랬다.


  그리고 어릴 적에 나만 그랬는지 모르지만, 이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원래 내 친부모는 아주 부자인데 어쩔 수 없이 지금의 부모 밑에서 살고 있는 거라고, 내 친부모는 딸을 혼내는 일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개 엄마아빠에게 엄청 혼이 나고 방구석에 처박혀 훌쩍거릴 때 이런 상상을 한다. 이 책을 보면서, 어린 시절 상상했던,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을 까라고 이불 속에서 하이킥을 할 흑역사가 떠올랐다.


  프랜시스는 친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우울증으로 정신병원에 들락거리는 엄마와 동네 변두리의 트레일러에서 살고 있다. 어릴 적에는 똑똑하고 운동도 제법 했지만, 이제 그는 뼛속까지 루저라는 생각에 그냥 살고 있다. 하지만 마음 속 한구석에서는 이 비참한 상황에서 벗어나고픈 열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던 그에게 엄마가 놀라운 비밀을 알려준다. 바로 그가 어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태어난 시험관 아이였고, 천재인 남자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순간 그는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만약에 진짜 천재적인 과학자가 자신의 생부라면, 그가 자신을 아들로 인정해준다면, 이 현실에서 구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진 것이다. 프랜시스는 그로버, 엔메이와 함께 미국을 횡단하여 아버지를 찾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아버지를 만난다는 기대와 불안, 엔메이를 독점하고 싶은 욕심, 친구에 대한 열등감으로 가득 찬 프랜시스.

  동생의 죽음을 자기 탓으로 생각하며 자살을 꿈꾸는, 매력적이고 간혹 멋대로 행동하는 엔메이.

  부모의 기대대로 살아온, 안정적인 삶을 꿈꾸며 친구들에게 매번 놀림을 받지만 반항하지 않고, 빨리 대학교로 진학해 마을을 떠나고 싶은, 이번 여행에서 일탈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시도한 그로버.


  소설의 대부분은 세 젊은이가 여행을 하면서 겪는 상실감, 두려움, 희망, 질투 그리고 그들이 털어놓은 비밀이라든지 그동안 말하지 못한 속마음, 술에 취해 내뱉은 실언과 무모한 행동들로 가득하다. 그랜드 캐넌에서 목숨을 걸고 절벽 사이를 뛰어넘는 그로버를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또 누가 프랜시스가 술김에 그로버와 엔메이에게 온갖 화를 터트릴 거라 생각했을까? 그들의 여정 속에는 젊기에 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온갖 것들이 서술되어있다.


  그 과정을 통해 세 명은 서서히 변해간다. 각자 자기 자신에 대해 철저히 생각해보고, 알지 못했던 자신에 대해 깨닫는 시간을 갖게 된다.


  프랜시스는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의를 다졌고, 그로버는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생각을 알아주는 친구를 얻었으며 엔메이는 더 이상 자살을 꿈꾸지 않는다.


  여행의 끝에서 그들은 더 이상 작은 마을에서 살던 어린 꼬맹이가 아니었다. 외적으로는 변한 게 없지만, 내적인 부분에서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러면서 그들의 관계 또한 미묘하게 변해버렸다. 그 부분이 다분히 현실적이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 하긴 이 세상은 동화가 아니니까.


  소설의 결말은 열려있다. 프랜시스는 일확천금을 따간 사내 아니면 그 바로 앞에서 좌절한 사내로 라스베이거스의 전설로 남을 것이다. 결과에 따라 그의 미래는 확실히 바뀔 것이다. 만약에 일확천금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독자라면 그런 결말을 상상하면 될 것이고, 그래도 불쌍하니까 마지막은 동화 같은 결말이 좋겠다는 사람이면 그렇게 기억하면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너의 좌절된 꿈과 희망에 매달려 그걸 절대 놓아주지 않는 거야. 비명을 질러도 좋고 애원해도 좋아. 하지만 너 자신을 더 이상 믿지 못할 때조차 그것들을 놓아버려서는 안 돼. 만약 놓아버리면 그땐 모든 것이 끝장이야, 꼬마야 그 시점 이후로 너의 인생은 허깨비야. -p.285


  책을 읽는 내내, Evanescence의 'Bring Me To Life'라는 노래가 계속 맴돌았다. 'call my name and save me from the dark (중략) bring me to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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