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또는 M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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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N or M?, 1941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토미와 터펜스 부부가 나오는 시리즈물이다. 두 사람이 처음 나왔던 작품은 ‘비밀 결사 The Secret Adversary, 1922’였다. 전쟁이 끝난 후 의기투합해서 탐정 사무소를 차렸던 20대의 둘의 이야기는 결혼을 약속하면서 끝이 났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후, 두 사람은 다 큰 쌍둥이 아들딸을 둔 40대의 중년 부부가 되었다. 두 사람의 30대를 다룬 이야기가 한 권 더 있다는데, 해문 출판사에서는 크리스티의 책을 출판연도 순으로 내놓은 게 아니라서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보아하니 내년도에나 읽을 차례가 돌아올 것 같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한 작가의 전집이라면 출판연도별로 나왔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시대에 따른 작가의 이런저런 변화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간 40대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뒷방 늙은이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두 부부의 대화에 그냥 웃음이 나왔다. 하긴 그 때와 지금은 많이 달라졌으니까. 그 당시의 40대가 은퇴를 코앞에 둔 시기라면, 요즘은 왕성하게 활동을 할 때이다. 그런 걸 감안하고 책을 읽어야겠다. 70년 전과 지금은 아주 많이 다르다.


  아이들도 다 커서 떠나고, 무료함과 무력감에 휩싸인 두 부부의 앞에 정보부에서 일하는 그랜트가 등장한다. 그는 처음에는 토미에게만 비밀 임무를 맡긴다. 중년 여자가 설마 첩보일을 잘 하겠냐고 터펜스를 은연중에 무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누군가? 엄청난 기지를 발휘해서 둘의 비밀 대화를 엿듣고는, 토미의 발령지에 시치미를 뚝 떼고 미리 내려가 있는 행동력을 보인다.


  둘의 임무는 영국에 암약해있는 독일 스파이 조직의 우두머리를 밝히는 것이다. 영국 시골 여관에 모인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 과연 누가 영국을 배신한 스파이일까? 끝까지 읽어보면, 전혀 아닐 것 같은 사람이 범인으로 나오는 크리스티 소설의 특징이 이번에도 잘 드러나 있다.


  한창 2차 대전 중이라는 시간적 배경이 있는 만큼,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울하다. 망명한 독일인에게 가하는 의심과 차별, 그런 그를 사랑하게 된 영국인 처녀의 고뇌, 정부에 비판적인 무정부주의자, 폭격을 피해온 사람들 등등. 그 와중에 나라를 팔아먹는 사람들은 꼭 있어서, 사람들은 예의바르게 상대를 대하지만 동시에 의심도 한다. 제 5열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서로를 의지하고 살아남아야하는데, 의심하고 경계해야하다니! 인심 좋은 여관 주인도, 넉살좋은 은퇴 장교도, 성실해 보이는 공무원도 다 의심해야만 한다. 거기에 아이 납치사건까지 벌어진다. 이런 상황을 다루고 있어서 소설의 분위기가 우중충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비록 토미와 터펜스 부부의 개그가 중간에 양념처럼 들어있어도, 부모의 직업을 모르는 딸과 딸의 직업을 모르는 부모의 오해가 빚은 상황이 좀 우습기는 해도, 가짜 신분으로 푼수 짓을 하는 터펜스가 귀엽기는 해도, 전반적인 분위기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터펜스는 귀여웠다. 토미가 실종된 이후 안절부절못하던 모습이나 혼자서 적진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장면에서는 용기 내라고 토닥여주고 싶었다.


  지난 이야기에서 둘을 도왔던 꼬마 앨버트가 부쩍 큰 모습으로 나와 놀랍기도 하고 반가웠다. 십대 초반의 엘리베이터 벨 보이였던 그가 성공했다는 문장에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그랬다. 역시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둘이 도와달라고 부르니 냉큼 달려와 큰 역할을 하는 걸 보니, 대견스럽기도 했다. 음, 조연이나 스쳐지나갈 것 같은 인물에도 꼼꼼하게 신경 쓰는 점에서 참 좋았다. 어쩐지 상냥하다는 느낌?


  책을 다 읽고 나서,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다. 과연 독일에서도 크리스티의 소설이 잘 팔렸을까? 대놓고 독일 나쁜 놈이라고 욕하고 있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독일에도 크리스티의 팬이 있을까?


  ……그러고 보니 원래는 39권인 ‘프랑크푸르트 행 승객’을 읽어야하는데, 어쩌다가 40권을 잘못해서 먼저 읽었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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