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 - 제22회 스바루 소설 신인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1
아사이 료 지음, 이수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원제 - 桐島, 部活やめるってよ, 2010

  작가 - 아사이 료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연결되어 있기도 한다.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예상을 했건 안했건, 바라건 바라지 않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범위가 확장된 경우가 있다. 오죽하면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까지 나왔을까. 사람 사이의 일은 진짜 모르는 것이다. 왜 갑자기 저런 얘기를 했냐면, 책을 읽으면서 저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여섯 명의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어느 순간 느끼고 생각한 것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시기가 기리시마가 동아리를 그만 둔 직후와 맞물렸다. 그 중에는 기리시마와 친한 아이도 있고, 이름만 아는 경우도 있고, 또 그냥 얼굴만 아는 사이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배구부를 그만두면서, 연쇄작용처럼 아이들의 생활에는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예를 들면 매일같이 기리시마를 기다리던 여자 친구와 그녀의 친구가 있다. 하지만 기리시마가 배구를 그만두자, 여자 친구는 더 이상 방과 후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와 같이 있던 여학생은 혼자 있을 시간이 많아지고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를 가진다.


  이런 식으로 기존의 생활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자연스레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면 그 옆에 있던 사람 역시 자기 주위의 누군가에게 또 변화의 바람을 불어 일으킨다.


  이렇게 처음에는 그냥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변화는 점점 회오리바람처럼 학교 전체를 휩쓸고 지나가면서 큰 흔적을 남긴다. 이 책은 그 흔적에 대한 얘기를 다루고 있다. 기리시마의 속사정 같은 것은 나오지 않는다. 대충 짐작만 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언급만 될 뿐이다.


  바람이 남기고 간 흔적 속에는 아이들의 고민과 사랑, 우정, 자기 자신과 미래에 대한 불안, 가족과의 서툰 관계 등등이 들어있다. 어떤 아이에게는 자기 자신을 되찾고 싶은 눈물과 체념 그리고 다짐이었고, 또 다른 아이에게는 고뇌와 불안 그리고 확인이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앞만 바라보고 가는 시선이기도 하고,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짓눌린 아이의 아주 약간 벌어진 숨통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이제 겨우 열일곱,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진학이냐 취업이냐 고민을 해야 하는, 자신의 미래를 결정해야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책에서는 그러했다. 새하얀 도화지라고 학생들을 지칭하지만, 정작 무슨 색이 어울릴 지 말해주는 어른은 없었다. 어떤 그림이나 어떤 색이 아이들에게 맞을지 같이 고민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나름 선을 그어가면서 생활을 했다. 눈에 띄는 아이, 그렇지 않은 아이. 위 또는 아래. 서로를 곁눈질하고 관심 없는 척하지만, 상대방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하면서 각자 길을 걸었다.


  하지만 기리시마의 배구부 탈퇴는 그런 조용한 학교에 불어 닥친 한줄기 바람이었다. 그것은 광풍이 되어 아이들의 가슴에 남았다. 누구의 마음에 얼마 정도 깊이의 흔적을 남겼는지는 알 수가 없다. 누구에게는 봄날의 미풍일 수도 있고, 또 누구에게는 카트리나 급의 대형 태풍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은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지 아닌지는 아이들의 마음에 달려있다. 그런데 부정적인 영향은 주지 않을 것 같다. 아이들은 각자 아픈 진실을 마주하면서 깊은 생각을 해서 결론을 내렸으니까.


  어른들은 그냥 지켜봐주는 것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왼손은 거들뿐이라는 말처럼.


  굳이 붙이지 않아도 될 말을 넣자면, 아이들이 여자 친구와 관계를 가질 때 콘돔을 떠올리는 부분은 대견스러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동급생'에 나오는 아이들은 콘돔을 쓰지 않아서 문제가 생겼었다. 짜식들, 앞으로도 콘돔은 꼭 써야한다.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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