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인 블랙 2 (2disc) - 할인행사
베리 소넨필드 감독, 윌 스미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원제 - Men in Black II, 2002

  감독 - 배리 소넨필드

  출연 - 토미 리 존스, 윌 스미스, 라라 플린 보일, 조니 녹스빌  




  까만 옷을 입은 남자들이 5년 만에 돌아왔다. 그 동안 과학기술은 발전을 거듭해, 이제 영화의 CG는 진짜와 구별하기 힘들어졌다. 우주의 악녀 셀리나가 가는 곳마다 행성을 폭파시키고, 지구에 도착해서 인간 여자로 변신하는 모습은 와ㅡ하는 감탄을 자아냈다. 나도 저런 기술 갖고 싶어! 이런 욕구가 가득 담긴 외침이 절로 터져 나왔다. 물론 셀리나의 본체까지 가지라고 한다면 보류.


  지난번에서 바퀴벌레 외계인이 등장했다면, 이번에는 식물인지 동물인지 불분명한 외계인이 등장한다. 촉수 괴물 외계인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처음 보기에는 작은 씨앗 같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자라서 변신능력까지 갖춘다. 외국 잡지의 섹시한 속옷 모델로…….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지르다의 빛'을 찾기 위해 미국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살인을 저지르고 심지어 MIB 본부까지 점령하는 재빠르고 뛰어난 행동력을 보여준다.


  그녀를 잡기 위해서는 1편에서 은퇴한 토미 리 존스, 케이가 필요했다. 윌 스미스, 제이는 그를 찾아내서 기억을 되살려 다시 한 번 한 팀으로 뭉친다.


  기억을 잃은 케이에게 외계인을 보여주는 장면은 놀랍고 감동적이었다. MIB가 은퇴한 요원들의 복지에 대해 무척이나 신경을 써준다는 사실에, 저기 취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아, 죽을 때까지 보살펴주는 거잖아. 거기다 외계인 취업문제도 동시에 해결하고! 상냥해! 그가 본부에 와서 어리바리하게 구는 모습이 꼭 1편에서 제이가 했던 것과 비슷해, 키득거리며 웃었다. 돌고 도는 구나. 어제의 선배가 오늘의 신참.


  1편에서 나왔던 다양한 외계인들이 다시 출연한다. 강아지 외계인 프랭크가 자동차를 타고가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어쩐지 상황과 맞아떨어져서 웃음이 나왔다. 글로리아 게이너의 'I will survive' 였는데, 'And so you're back, from outta space' 이 대목을 부르고 있었다. 하긴 셀리나가 외계에서 왔지. 거기가 바하 맨의 'who let the dogs out'을 틀어놓고 박자 맞춰서 짖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자기를 개라고 무시하는 인간 요원들에게는 으르렁대지만.


  마이클 잭슨도 깜짝 등장했다. 지구 MIB요원이 되고 싶은 외계인으로. 반갑고 슬프고 그랬다. 탐정 몽크의 배우도 다시 등장했다. 무기 밀매도 하고 기억 재생업도 하고, 투 잡을 뛰고 있었다. 본부 휴게실에서 커피 타던 외계인들이 또 등장해서 유유자적하게 놀고먹는 생활이 뭔지 잘 보여줬다. 인간들이 하는 짓과 어찌나 비슷하던지.


  제일 놀랐던 외계인은 그랜드 센트럴역 사물함에 거주하는 부족이었다. 어쩐지 종교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종족들이었다. 사물함이 그렇게 클 리가 없으니 닥터 후의 타디스처럼 겉은 작지만 속은 넓은 게 아닐까? 열쇠는 케이가 갖고 장기 임대를 했다면, 아무도 열어보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케이가 기억을 되찾고 난 다음이었다. 몰랐던 때에는 평범하게 그냥 넘어갔을 거리 풍경이, MIB요원의 기억을 되찾고 나자 전과 같이 보이지 않았다. 지구에 살고 있는 외계인들의 변장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케이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우체국장으로 나름 재미있으면서 평범한, 그렇지만 마음 한 곳은 아쉬운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다 복귀하면서 목숨을 걸고 싸워야하는, 하지만 긴장감 넘치고 지구를 구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생활을 해야 했다.


  생각해봤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이 있고,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다. 어떤 것이 더 나을까? 알아야 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괜히 알아서 신경 쓰는 것보다 모르고 지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아! 판도라의 상자라는 말도 있다. 알 필요가 없는 것을 괜히 밝혀 긁어 부스럼을 낸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지금 돌아가는 사정만 봐도 그렇다. 과연 아무 것도 모르고 원래 그런 세상이라고 살 것인지, 아니면 이것저것 알아가면서 뭐가 잘못되었는지 파악하고 고치려고 노력해야 할 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단지 나 혼자만 편하게 살 것인지, 아니면 후손까지 고려해야할 지. 케이가 어떤 심정으로 거리 풍경을 바라봤는지 생각해보니, 문득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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