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미스터리
J.M. 에르 지음, 최정수 옮김 / 단숨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원제 - Le Mystere Sherlock, 2012

  작가 - J.M. 에르



  베이커 스트리트 호텔. 왜 스위스에 있는 호텔 이름이 영국 런던 거리명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모임의 정체가 중요하다. 셜록 홈즈가 모리아티와 싸웠던 폭포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호텔에서 홈즈 학회가 개최된다. 문제는 거기 모인 사람들이 그냥 단순한 팬이 아니라, 소르본 대학에 신설된 셜록 홈즈 학과의 첫 교수직을 걸고 모인 자들이라는 점이다. 자리를 노린 사람들의 치열하면서 보는 이들에게는 웃음을 주는 총 없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폭설로 인한 눈사태로 호텔은 사흘 동안 외부와 연락이 끊겨버린다. 지배인이 포세이돈 소방위와 겨우 눈을 뚫고 도착했을 때, 그들을 맞이한 것은 열 명의 대학교수와 한 명의 웨이트리스로 변장한 기자까지, 총 열 한구의 시체였다. 구조 전화를 받고 왔다는 레스트레이드 경감과 함께 지배인과 소방위는 도대체 호텔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리하기 시작한다. 그 기초가 되는 것은 교수들이 남긴 기록과 기자가 남긴 녹음기록과 일지였다.


  이야기는 주로 기자인 오드리가 남긴 기록 위주로 진행된다. 홈즈 학회 교수들에게 별로 좋지 않은 인상을 받은 듯, 그녀가 서술하는 그들의 인상이나 태도는 냉소적이고 비판적이며 비아냥으로 가득하다. 또한 정교수 자리를 놓고 다투는 교수들의 대화 역시 상대를 깎아내리고 비꼬기 일색이다.


  와, 서로 헐뜯고 욕하는데 참 대단했다. 저렇게 고상하게 남을 욕할 수 있다는 걸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상대가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으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셜록 홈즈의 광팬들답게 등장인물들은 그가 소설에서 읊은 대사를 인용해서 말하는데, 홈즈 시리즈를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가 저렇게 멋진 말을 했단 말이야? 만날 왓슨 무식하다고, 다른 사람들은 이해못한다고 투덜거린 줄로만 알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작가는 진짜 홈즈 광팬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모든 인용구가 홈즈의 대사라는 것에서부터 작가는 홈즈의 열혈팬이다. 게다가 진짜로 존재하는지의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홈즈 연구 서적이 줄줄 나올 때는 ‘헐, 대박’이라며 입이 딱 벌어질 정도였다. 진짜 저런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아니면 작가가 만든 걸까? 진짜 있다면 조사를 한 작가의 노력에 고생하셨다고 말해주고, 작가의 창작이라면 존경의 눈빛을 보내고 싶다.


  문장이 상당히 독특하고 재기발랄한 것이 많아 읽으면서 킬킬거렸다. 특히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자아비판대회같은 분위기’나 ‘XXL 사이즈의 바나나 같은 미소’, 그리고 ‘모택동 시절의 인민회의에서처럼 열광적인 박수’라는 표현에서는 뒤로 넘어질 뻔했다. 길게 묘사를 하지 않아도, 분위기를 100% 실감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 이렇게 상황이 정확하게 와 닿는 표현력이라니!


  사람들이 한명씩 죽어나가자 살아남은 자들의 불안감은 극도로 심해진다. 그 와중에 사람들은 각자 누가 범인일까 추리를 하는데, 그 해답이라는 게 참 생각할수록 웃긴다.


  우선 홈즈의 철천지 원수 모리아티가 숨어들어와 일행을 죽인다는 설이 있다. 음, 모리아티가 실존인물이라면, 홈즈도 역시? 하긴 이 학회 사람들은 홈즈가 실제 살아있는 인물로 믿고 있으니까. 개중에는 자신이 그의 직계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 다음 황당한 건, 푸와로 학회 사람들이 범인이라는 설이다. 표기법이 좀 이상하지만, 포와로를 말하는 것이리라.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동료 교수를 변절자라고 욕하더니, 홈즈 학회가 설립된 것을 시기하는 푸와로 팬들이 범인이라고 주장한다.


  아니, 우리 포와로 팬들을 뭐로 보고! 우린 고결하고 고상하거든? 그래서 손에 피 같은 건 안 묻히거든? 읽는 포와로 팬, 화날 뻔 했다.


  가만히 있는 포와로 팬을 걸고넘어진 것만 빼면, 책은 꽤 재미있었다. 전개는 적절한 속도로 진행되고, 신랄한 표현은 마음에 들었다. 맨 마지막에 여지를 남긴 것도 괜찮았다. 그게 없었으면, 반박이 많이 들어왔을 것이다. 사실 나도 그런 생각을 처음에 했으니까. 그런 부분까지 꼼꼼하게 마무리를 한 작가가 마음에 들었다. 물론 덕분에 홈즈가 아주 조금 그리워지기도 했다.


  셜록 홈즈를 다시 읽어볼까? 물론 내 사랑 포와로를 다 읽은 다음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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