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파커 파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8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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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Parker Pyne Investigates, 1934

  작가 - 아가사 크리스티



  단편집이다. 파커 파인이라는, 35년간 관청에서 통계수집에 몸 바쳤다가 은퇴한, 덩치가 있고 머리가 약간 벗겨졌지만 고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탐정이 등장한다. 전직을 살려서, 사람들에게 대가를 받고 모험을 제공한다. 문제가 있거나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 삶이 지루하다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면, [중년 부인]편에서는 다른 어린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남편 때문에 속상한 여인이 파커 파인을 찾아온다. 그는 살림에 찌든 후줄근한 여인을 세련되고 매력적으로 변화시킨다. 그리고 그 옆에 잘 나가는 제비족 하나는 붙여주어, 남편에게 질투심을 유발시키는 방법을 쓴다.


  [불만에 찬 군인]에서는 전쟁터에서 돌아와 삶이 무료한 군인이 그를 찾아온다. 파커 파인은 그에게 스릴 넘치는 사건을 제공한다. 납치와 보물찾기 그리고 숨겨진 유산이라는 사건들의 멋진 조합이었다. 거기다 더불어서 비슷한 문제를 갖고 찾아왔던 여인까지. 으음, 파커 파인도 포와로와 비슷하게 투 잡을 뛰고 있나보다. 아니면 취미 생활일지도.


  그는 미친 인맥을 총동원해서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사건사고를 만들어준다. 왜 미친 인맥이냐면, 그의 팀에는 추리소설가인 올리버 부인도 있고, 포와로의 비서로 나왔던 레몬 양까지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가 사건을 풀어가는 방법을 보면서, 문득 미스 마플을 떠올렸다. 통계를 전문으로 다뤘던 그는 사람들의 불만이나 고민은 거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사건을 접수하면, 과거에 비슷한 사례들을 떠올리며 해결책을 꺼낸다. 스케쥴 A라든지 B라든지 하는 계획들이 이미 그의 서류함에 가득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참 재미있는 노릇이야.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경우가 유일하리라고 생각하거든.’-p.13


  미스 마플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추리를 한다. 어떤 사람을 보면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의 비슷한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사건을 해결한다. 그녀 역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본성이란 바뀌지 않아.’


  그렇다고 파커 파인이 꼭 미스 마플의 남자 버전이라고 볼 수는 없다. 비슷하면서 어딘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작가가 써서 그럴까? 포와로 약간, 미스 마플 좀 많이, 토미와 터펜스 커플 살짝. 이런 느낌이다.


  총 12개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앞의 6편은 탐정 사무실로 찾아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건이 벌어진다. 반면에 뒤의 6편은 파커 파인이 중동 지방을 여행하면서 맞닥뜨린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마 고고학자인 남편의 영향을 받은 모양이다.


  새로운 탐정의 등장이어서 반가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 마음의 포와로에는 미치지 못한 느낌이어서 안타깝기도 했다. 역시 포와로는 진리다.


  그래도 이 세상 어딘가에 파커 파인 같은 탐정이 있다면 찾아가보고 싶기는 하다. 어쩐지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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