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안병기 감독, 장희진 외 출연 / 엔터원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감독 - 안병기

  출연 - 고소영, 강성진, 장희진, 박하선



  만화가 강풀의 웹툰 ‘아파트’를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만화가 모 포털 사이트에 연재될 당시에, 매주 업데이트되는 날짜를 기다리면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랬으니 당연히 우려 반 기대 반의 시선으로 영화를 접하게 된다.


  원작이 있는 영화는 여러 가지 위험부담을 안기 마련이다. 원작과 거의 똑같이 만들었을 때를 생각해보자. 원작을 제대로 잘 표현했다고 극찬을 받을 수도 있고, 영화감독이 원작의 인기에 숟가락만 얻는다고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원작에 여러 변화를 주면, 감독의 창의력이 돋보인다고 좋은 평을 얻을 수가 있지만 역으로 원작을 훼손했다고 욕을 먹을 수도 있다.


  그럼 이 영화는 어땠을까? 강풀의 웹툰을 생각하면 ‘어떻게 그 원작을 이렇게…….’라고 화가 날 수 있다. 만화가 보여줬던 긴장감이나 아슬아슬함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기본 뼈대만 몇 개 차용한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요즘 음악에서 유행하는 샘플링을 했다고 생각하면 되려나? 물론 그것 말고도 아쉬운 점이 여러 개 있긴 하다.


  우선 영화의 대충 줄거리를 살펴보자. 고소영이 맡은 세진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자기가 하는 일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여성이다. 크리스마스를 얼마 앞둔 겨울날, 지하철에서 투신자살하는 여자를 눈앞에서 목격한다. 더군다나 그 여자는 세진을 붙잡고 같이 죽으려고 했다. 그 충격으로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게 된 세진은 급기야 죽은 여인의 환영까지 보게 된다.


  집에만 있게 된 그녀는 우연히 맞은편 아파트에서 매일 밤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밤 9시 56분, 아파트의 불이 갑자기 꺼지면 한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이다. 또한 다리를 못 쓰는 고아 소녀 유연을 돌봐주는 맞은 편 아파트 사람들의 추악한 비밀도 알게 된다. 겉으로는 친절하게 돌봐주는 것 같지만, 몰래 그녀를 학대하고 성적으로 유린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주장을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그녀를 정신이 나간 여자로 취급할 뿐. 과연 그녀는 죽음의 비밀을 밝혀내고 유연을 구해낼 수 있을까?


  투신자살한 여인이 세진의 집에서 배회하는 장면은 으스스했다. 소리도 그렇고 조마조마한 분위기를 잘 살렸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은 흐음. 그 당시 한국 공포 영화계는 사다코앓이 중이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모든 귀신들은 무조건 산발하고 꺾기 댄스. 거기다 등장할 때는 예외 없이 끼기긱 소리가 나는 걸 보니, 귀신들은 관절염이 심하거나 이를 가는 모양이다. 영화 ‘링 リング: The Ring, 1998’의 영향이 확실히 크긴 컸다. 그래서 으스스하지도, 오싹하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그냥 딱 보자마자 ‘또 사다코네’라는 불만 섞인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왜 붉은 옷의 여인이 갑자기 동반 자살을 하려고 했는지, 왜 세진의 집을 맴도는 지 이유가 궁금하다. 영화가 끝나갈 때까지 죽은 여인의 신원이라든지 사정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런 걸 맥거핀이라고 하던가? 그런 거라면 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겠다.


  결말은 공포 영화의 흔한 법칙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바로 직전의 상황이 너무 뜬금없어 보여서 고민스럽다. 왜 세진이 그렇게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녀의 자의로 그런 것인지 아니면 타의로 그런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아마 결말 장면으로 추측하건대, 타의가 아니었을까 싶다.


  유연과 그녀를 둘러싼 아파트 주민들의 행위는 화가 났다. 뭐 그딴 XX들이 있는지, 아주 그냥! 그래서 모든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영화에서는 히키코모리를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이며 비협조적인, 극도로 위험한 정신병이 있는 존재로 묘사한다. 도대체 왜 그런 설정을? 그가 무슨 죄를 저질렀다고? 그냥 방구석에 처박혀서 공포에 질려 매일을 살아간 죄밖에 없는데? 차라리 대낮에 활보하고 다니는 아파트 주민이 더 위험한데?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파트가 기초 공사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내장 공사에 무리수를 둔 느낌이었다. 특히 마무리 인테리어는 대충 벽지를 바르고 만 것 같다. 그래서 아쉬움이 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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