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니체 땐 시리즈
발타자르 토마스 지음, 김부용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 - 발타자르 토마스



  제목을 보고 한참 고민했다. '우울할 땐 니체'라니. 나체가 아니고 니체다. 단순하게 보면, 이 책을 읽고 우울한 기분을 풀어버리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잠깐만, 니체가 개그 캐릭터였던가? 학교 다닐 적에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하면서 기독교, 특히 그것을 믿는 사람들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파시즘의 사상적 기초를 마련한 사람이라고 배웠는데 말이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니체의 숨겨진 뭔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졸업한 지 오래되어서 기억을 못하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니체는 개그 캐릭터가 아니었다. 하긴 철학자치고 유머감각이 탁월해서 저서를 읽으면서 실실 웃는 사람을 접한 기억이 없다.


  '1장 진단하기'를 읽으면서, '우울할 때 읽으면 더 우울해질 것 같아.'라는 느낌을 받았다. 작년에 '형돈이와 대준이'라는 듀오가 내놓은 노래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가 떠올랐다. 아! 예전에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에서 읽은 부분이 생각났다. 확실치는 않지만, 온전히 뭔가에 빠져서 그 감정을 느껴보라는 말이었다.


  니체도 그러했다. 아파봐야 건강한 삶의 즐거움을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 저자도 질병을 통해 생명력을 발견하라고 말했다. 또한 질병은 자기 인식에 이르는 길이라며, 베토벤의 예를 든다. 질병이란 아마 몸에 깃든 온갖 병뿐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외부적인 고난도 포함하는 게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난 아프지 않고 내 삶을 고찰하고 싶은데……. 음,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니체의 사상에서 나왔나보다.


  '2장 이해하기'는 알량한 도덕은 버리라는 말로 시작한다. 뭘 이해하라는 걸까? 바로 삶이다. 나를 둘러싼 외부적이며 물리적인 환경, 모든 것이 혼란으로 가득한 이 세상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야하는 내 삶을 정확하고 온전하게 이해하라는 것이다.


  삶의 가치는 힘에 있다고 하는데, 그 힘의 의미는 뭔지 확실히 모르겠다. 육체적 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리라. 어쩌면 정신력을 말하는 게 아닐까? 요즘 용어로 쉽게 멘붕을 겪지 않는, 멘탈이 갑인 사람이 되라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니체의 종교와 사랑에 대한 부분은 공감하기 힘들었다. 기독교가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그건 믿는 인간의 문제이지 종교 자체의 것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이상향을 실현한 것이 공산주의자들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그 말도 맞기는 하다. 하지만 그들은 사랑이 없었다. 그래서 실패한 것이다. 외적인 제도로만 종교를 현실화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적인 성장까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 인간은 언제나 겸손하고 남을 배려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본다.


  '3장 적용하기'는 자기 자신이 되라고 말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어떤 일을 중단하려고 하지 말고, 다른 일을 하라고 한다. 금지하지 말고 다른 것을 허용하라는 말이다.


  문득 예전에 보았던 짤방이 하나 떠올랐다. 금연을 하기 위해 금연 껌을 씹다가, 나중에는 그것에 중독된 배우의 이야기였다. 니체가 말하는 건 바로 이런 건가?


  그 외에도 자신의 지식을 체화하고, 열정을 정신적으로 만들며, 자신을 정당화하지 말라고도 한다. 물론 그러면서 약간의 쉼을 허용하라고 충고한다.


  '4장 내다보기'는 순간은 영원하다는 말과 함께, 예술과 종교 그리고 과학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삶을 충실히 사는 여러 가지 방법을 보여준다. 미래를 위해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지, 본보기로 삼을 만한 위인도 언급한다.


  결론 부분을 읽으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책의 저자는 니체를 끌어들여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사실 3장과 4장에서 나온 것들은 지금까지 읽었던 자기개발서와 별로 다르지 않은 얘기들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1장과 2장은 참으로 힘겨웠다.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인데, 괜히 니체의 사상을 얘기하면서 어렵게 말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게 아니라 니체라는 한 철학자의 사상을 얘기하고픈 것이었다면, 어느 정도 성공은 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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