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소년 다루 사거리의 거북이 12
김성종 지음 / 청어람주니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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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김성종



  제목만 보고는 소설 ‘정글북’에 나오는 모글리와 같은 아이의 이야기일까라고 생각했다. 거기다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도 생각나고 그랬다. 그런데 읽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오는 대목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나 혼자 착각한 게 아니어서.


  다루는 두 살 위인 누나,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함께 캠핑카에서 살고 있다. 어느 날 소년은 버려진 강아지를 하나 발견한다. 병약하고 눈이 한쪽이 없는 강아지를 보면서, 그는 역시 한쪽 눈을 사고로 잃었던 어머니를 떠올린다. 그리고 이름을 케르베로스, 줄여서 케르라고 짓고 정성을 다해 돌본다.


  다루는 남들과 다른 아이였다. 비록 나이는 초등학생이지만, 생각하는 깊이나 지식의 범위가 어른을 웃돌았다. 담임이 자신이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며 아버지를 찾아와 외국 유학을 알아봐주겠다고 할 정도였다.


  책은 다루와 케르가 겪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지갑과 쪽지를 물고 동네 슈퍼에 가서 장을 보고 오는 케르는 동네의 명물이었고, 아기 토끼에게 젖을 물리고 보호하는 모습은 방송국의 취재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또한 영특한 다루는 주변에서 생긴 일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혈액형 때문에 불화가 생긴 가정에 해법을 제시하기도 하고, 자폐에 걸린 아이에게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온가족이 지리산 종주를 하러 떠났던 여름 방학, 다루와 케르는 산에서 버려진 백골을 발견한다. 6.25때 희생당한 군인들의 유골이었다. 소년은 사진과 유품을 수습해 국방부로 보낸다. 이후 일어난 사건들은 세상을 놀라게 하는데…….


  다루를 둘러싼 거의 모든 사건들은 상당히 시사적이었다. 과거에 있었던 일 뿐만 아니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통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할 계기를 던져주고 있다.


  몇 년 전에 있었던 혈액형을 잘못 알았기에 부인의 불륜을 의심했던 사건이라든지, 무조건 아이들에게 외우기 강요하는 주입식 교육의 폐해 등은 아직도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들이다.


  다루는 주입식이 아닌, 독서와 스스로 생각하는 학습법을 어머니에게서 배웠기에 다른 아이들과 많이 달랐다. 책에서는 그런 부분을 여러 번 강조하고 있다. 다루의 박학다식함을 접한 어른들의 대사, 그러니까 우리 애도 책을 읽어야 하는데 같은 말들이 가끔 나온다.


  하지만 다루 엄마는 책을 읽어주면서 언제나 같이 모든 것을 해왔다. 우리 애가 책을 안 읽는 건, 애가 책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습관이 되지 않아서 그러 것이다. 엄마도 아빠도 책을 안 읽으면서 애한테만 읽으라고 하는 건 이상한 일이다. 작가는 그런 사실을 직접적이 아닌, 은근히 말하고 있다.


  다루 가족이 지리산을 올라가면서 본 전쟁의 흔적이라든지 일제 식민 시대의 자취는 아픈 현대사의 일부분이었다. 작가는 다루의 입을 통해 과거 조상들에게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서, 이런 시각으로 사물을 볼 수도 있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빨치산을 너무 감정적으로 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끄럽게도 다루만큼 그 당시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그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너무 불쌍하게 보는 건 아닐까? 물론 아무 것도 모르고 휩쓸린 사람이라면 그렇게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그런 시선 자체가 실례가 아닐까? 물론 그들을 불쌍하게 여겼다는 것은 나 혼자만의 느낌일 수도 있다. 작가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흐음, 나중에 한번 찬찬히 그들에 대한 자료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다니, 단순한 청소년 대상 소설이 아니라는 느낌이다.


  다양한 에피소드가 나오지만, 사건과 사건의 연결이 너무 억지스럽다거나 무리수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물론 다루에게 일어나는 일이 거의 다 해피엔딩이어서, ‘이게 뭐야’라고 할 수도 있다. ‘어떻게 얘가 손대는 일은 다 좋아?’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루의 가족, 특히 엄마아빠의 과거가 너무 힘겨웠기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어려움을 겪었으니까 이제 좋은 일만 생겨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현실을 다루면서도 희망을 주는 것이 아동이나 청소년 대상 소설의 의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적당히 시사적이고 적절한 해피엔딩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덧붙여서 눈에 뻔히 보이는 과한 교훈 주입식이 아니라는 점도 좋았다.


  “병들고 약하다고 해서 동물을 버리면 안 되지. 그럴수록 돌봐야 해. 그건 곧 인류애와 통하는 거야.”-.p46


  동물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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