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여자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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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ird Girl, 1966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1966년에 출판된, 포와로가 나오는 작품이다. 헤이스팅즈는 없지만, 그의 충실한 비서 레몬 양과 너무도 모범적인 하인 조지가 나와서 개성을 뽐내고 들어간다. 아! 그리고 크리스티의 아바타가 분명한 추리소설작가인 올리버 부인도 등장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녀가 출연하면, 거의 모든 사건은 그녀를 통해서 포와로와 연결된다.


  이번 사건 역시 그러했다. 어느 파티에서 올리버 부인에게서 포와로의 명성을 들은 한 아가씨가 방문한다. 하지만 그녀는 충격적인 한 마디를 남기고 사라진다.


  "선생님은 너무 늙으셨어요."-p.13


  시작한 지 여섯 페이지 만에 포와로, 처음 보는 아가씨에게 격침당한다. 하지만 여기서 무너질 그가 아니다. 올리버 부인에게서 대략적인 신상을 캐낸 다음, 그녀가 말했던, '살인을 저질렀을지도 모르는 일'을 해결하러 나선다.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시사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봤던 내용이 떠올랐다. 재산을 노리고 멀쩡한 가족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사건이었다. 이 책도 딱 그랬다. 포와로가 아니었으면 멀쩡한 사람이 미래를 빼앗기고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와, 생각할수록 화난다. 뭐 그딴 XX들이 다 있지?


  거기다 포와로는 이번에도 중매쟁이 역할을 잘 수행했다. 어떻게 그가 연결시킨 남녀는 다 커플이 되는 건지, 대단하다. 호감은커녕, 난생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진짜로 포와로의 주업은 탐정이고 부업은 듀오 매니저인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책을 꼼꼼히 읽다보면, 여러 가지 재미있는 문장들이 나온다. 특히 중간에 보면 196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잘 드러내는 구절이 나온다.


  "요즘 젊은 애들은 모두 그 모양이라니까.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리고, 비틀즈인가 뭔가 하는 부랑자 같은 녀석들이나 좋아하지." -p.60


  은퇴한 노 군인의 대사이다. 읽으면서 얼마나 웃기던지. 아니, 그 위대한 비틀즈를 그냥 부랑자 같은 녀석들이라고 하다니! 하지만 그 당시 어르신들은 그런 시각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처음 나왔을 때 우리 부모님도 그랬고, 요즘 마구 쏟아져 나오는 이름 모를 아이돌을 바라보는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할 때가 있으니까.


  게다가 사람을 고용할 때는 반드시 영국인을 써야한다는 레몬 양의 신념도 재미있었고, 요즘 여학생들은 위험스러운 청년에게 매력을 느끼고, 신경질적으로 비참한 시기를 겪으면 조만간 이혼으로 끝이 날 적합하지 않은 결혼을 한다는 교장 선생님의 말을 읽으면서 공감되기도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자의 결혼에 대한 생각은 비슷한 모양이다. 하긴 모파상이 '여자의 일생'을 발표한 지 15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렇게 살아가는 여성이 있으니까.


  참으로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느끼게 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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